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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 때문에 괴롭다면
03/04/19  

대인관계에 있어서 늘 불필요한 감정 싸움에 휘말리고 크고 작은 문제를 겪으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면 ‘꽤나 여유로운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타고난 성향, 성격, 그밖에 여러 가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에 비춰보자면 그러했다.

 

나도 관계에 있어서 누구 못지않게 감정에 휘둘리며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적어도 유년시절과 20대 초반까지는 그러했던 것이 분명하다. 몇 년 간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하찮은 일로 섭섭함을 느껴 하루 아침에 나홀로 절교를 선언하고 1년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지낸 적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보다 다른 친구와 더 친하면 그게 그렇게 섭섭해서 몇 날 며칠 속을 끓이기도 했었다. 스스로도 그게 떳떳하지는 않았는지 대놓고 표현은 못했지만 한때 스스로 쓸데없이 상처받기를 자처하며 꽤나 감정을 소모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실소가 절로 날 정도로 하찮고 의미 없는 일들이 그 당시에는 몹시 진지했고 절체절명한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런 일들로 괴로워하지 않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며 알게 모르게 철이 들어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주변에서 성인들도 여전히 대인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딱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아이들보다 관계가 더 깊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이게 잘못 꼬이기라도하면 손댈 수가 없을 만큼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래, 알다시피 나이를 먹는다고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다.  무슨 특별한 계시나 깨우침에 의해 180도 변화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내가 달라졌다기 보다는 나는 그저 나는 매우 바빠졌고 시간이 없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줄줄이 늘어나며 사는 게 바빠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누가 나를 섭섭하게 하는 것이며 누가 나보다 다른 누구를 더 좋아하는 일 따위는 생각할 틈도 없었다. 어릴 때도 나름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적어도 내가 챙기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었으니깐. 아무튼 언제부턴가 예전 같으면 몇 번이고 되새기며 마음 끓이고 속상했을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볼 여유커녕 감지해 낼 능력 마저 점차 퇴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세상 쿨한 무난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불필요한 일에 감정을 소비하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작은 일로 상처받는 감성이 예민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 역시 확 줄어 버린 것이다. 이는 가끔씩 아홉 살 딸 아이를 보면서 깨닫게 된다.  친구에게 초대받지 못했다며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엄마가 동생에게 먼저 맛있는 음식을 주었다고 대성통곡하는 딸 아이를 보며 예전에 나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느껴보았던 그 세상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기억해낸다.

 

아홉 살 아이는 그러려니 싶은데 가끔씩 주변에서도 비슷한 어른들을 만나게 된다. 어른들도 아이들과 비슷한 이유 때문에 상처 받고 좌절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조금 당황스럽지만 대인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성인에게는 좀 더 바빠질 것을 권한다. 특히 시간적 여유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라면 운동, 여행, 낚시, 등산 같은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으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바빠지는 것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저는 전문가는 아니니 그저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아주 잘 통했습니다. 별로 손해 볼 건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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