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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한방
04/23/18  

매주 칼럼 소재로 고민하는 나에게 남편이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라도 생각난 듯  신이 나서말했다. “이번 소재로 내 인생의 한 방 어때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대박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꼭 있잖아그때 내가 이 집을 샀더라면...… 그때 내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그때내가 이걸 했더라면...… 뭐 이런 거?”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흥미로운 소재라 솔깃하긴 했지만 근데 나는 그런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글을 써?”라고 말했다그러자 남편이 무슨 소리냐며  당신 이야기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하고 다니는데자기 그때 그 애플주식!!!”

 

그래 맞다애플 주식흐흐흑!

대학을 졸업하고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돈에 관심이 많아져서 적금도 들고주식 관련 공부도하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같은 부류의 책들을 열심히 읽어댔다그 당시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 특히 전설적인 주식 투자의 영웅 피터 린치의 이야기가 감명 깊었는데그가 말하길 본인이 맛있게 먹었던 음식딸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아내가 사용하는 화장품과 같이 생활 속에 투자 아이디어가 숨어있다는 것이었다나는 전설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내가 좋아하는 것요즘 내 눈에 자꾸 들어오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불현듯 애플사의 컴퓨터가 떠올랐다나는 대학에서 TV/Film 을 전공했는데 그 당시 우리 전공 강의실 컴퓨터가 모두 애플사에서 나온 컴퓨터였다. PC가 컴퓨터 시장을 군림하던 그 때 맥 컴퓨터는 음악영상디자인 등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면서 슬슬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영상 작업을 많이 했던 나 역시 일반 PC보다 훨씬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사 컴퓨터를 구매하게 되었다불과 1-2년 전만해도 쉽게 볼 수 없던 애플사 컴퓨터가 학교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영화 속 주인공들이 주로 애플사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좋은 기운이 감지되어 없는 형편에 모아둔 돈으로 난생 처음 애플사 주식을 구매했다.

 

중간에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은 생략하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십여 년 동안 애플사의 주식은 열 배가 넘게 올랐지만 나는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결혼자금으로 일부를 사용했고 또일부는 학생 남편과 결혼한 탓에 생활비로 탕진해버리고 만 것이다그때 조금만 더 여유가있었더라면 그래서 주식을 그대로 남겨두었다면...… 이라고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생각만큼 배가 아프지는 않았다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남편이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 전까지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후회는 없다나름 소위 말하는 대박 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아이를 넷이나 낳고 그럭저럭 잘 살았다. “돈이 웬수야!”하는 순간은 끊임없이 닥쳐왔지만 신기하게도 언제나 솟아날 구멍 하나쯤은 있었다그리고 그때 놓친 한 방이 있기에 우리는 두고두고 안타까운 에피소드를 안주마냥 씹고 또 씹으며 술 한잔 기울일 맛도 나지 않겠는가!

 

나는 또 지금 어떤 한 방을 날리고 있을까날아간 한 방 대신 또 다른 한 방이 찾아오기도 할까더 살아보면 알겠지내 인생의 진짜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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