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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03/25/19  

만나는 사람마다 스카이 캐슬, 스카이 캐슬했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문, 라디오, TV에서도 난리법석이었다. 도대체 스카이 캐슬이 무엇인가? 하늘의 궁전? 혹시 새로 분양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이름인가? 아니면 서울대, 고대, 연대를 이니셜로 표기한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으나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미국에서 유명인들과 부유층 자녀들이 연루된 초대형 대학 입시 부정사건이 터졌다. 대학입시 전문 컨설턴트가 대학 스포츠 감독과 짜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학생들을 운동선수로 둔갑시켜 합격시켰다. 그뿐이 아니다. 하버드 출신의 대리시험 전문가를 고용하여 대학 입시에 필요한 SAT, ACT를 비롯해 경영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GMAT시험까지 돈을 받고 대리로 쳐주도록 했다. 학부모로부터 1회당 7만 5천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들어났다. 모두 50명이 기소되었고, 주고받은 뇌물 액수가 2,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USC를 비롯해 UCLA, 조지타운, 예일, 텍사스 대학 등 입시부정과 관련된 학교들은 사건에 연루된 재학생들에 대해 퇴학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 측은 이와 함께 "학생들의 기록을 재검토한 뒤 입학 취소 혹은 퇴학까지 갈 수도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탠퍼드 대학은 현재 입학생 1명과 관련된 정황을 파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번 미국대학의 입시 부정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국 언론들은 ‘미국판 스카이 캐슬’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때까지 스카이 캐슬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으나 정확히 알고 싶었다.

 

한국의 모방송국에서 방영한 드라마였다. SKY 캐슬 20부작을 주말을 이용해 연이어 봤다. 원래 16부작이었던 것을 4회를 더 연장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있었으며 화제작이었다. 드라마는 자녀를 명문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몸부림치는 부모들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드라마속 인물들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선사하며 이 시대 한국 교육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도 그 드라마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살아 왔다는 사실에 가슴 저렸다.

 

자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기 때문에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식의 성공을 내세우며 그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자식은 부모들이 차고 다니는 시계나 입고 다니는 옷, 혹은 치장하고 다니는 목걸이나 귀걸이처럼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명품 시계에 명품 옷을 걸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자식도 명품이길 바랄 것이다. 그들이라면 당연히 자식이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게다가 운동까지 잘하고 교우관계까지 완벽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하나에서 열까지 간섭하고 잔소리하면서 내 자식이 멋지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문제라며 시선을 회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선을 넘어서서 내 자식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실력이 안 되는 자식을 억지로 명품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면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범법을 저지르니 문제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한 여자 고등학교 교사가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게 하기 위해 시험지를 빼돌렸다 적발된 일이 있었다. 당연히 학벌 위주의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일들은 그 이전에도 공공연히 자행됐을지도 모른다. 알고 있으면서도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눈감고 지나쳐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면 위로 드러난 입시 관련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는 그리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 시대만의 일이 아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단언컨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늘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문제다. 내 아들, 내 딸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에 눈이 멀어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는 극중 인물들이 그저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보다 현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이것이 문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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