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
04/29/19  

요즘 핫하다는 게임 “브롤 스타즈”. 초등학생 아들들뿐만 아니라 남편도 심심할 때 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굳이 그럴듯한 명목을 갖다 붙이자면 아들들과 친구같은 쿨한 엄마가 되기 위한 소통 수단으로, 솔직히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나도 이 게임에 입문하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보드게임은 물론 우리 시대에 유행했던 각종 게임에도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해 관심이 아예 없었다. 어떤 게임들은 주위에서 하도 재미있다고 해서 한두 번 시도는 해봤지만 이상하게 별로 재미가 없었고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주말, 정말 갑자기, 뜬금없이, 나도 아이들 곁에서 브롤 스타즈라는 게임을 함께 해보았다. 조금씩 해보니 왜 재미있는지, 왜 남녀노소 정신 못차리고 빠져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초딩은 물론이며 게임을 전혀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모바일을 위한 게임이었다. 일단 이런 모바일 게임을 처음 해보는 나도 어려움 없이 바로 친숙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에 가장 큰 매력이다.

 

브롤 스타즈는 몇 가지 미니 게임들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젬그랩이라고해서 3대3으로 먼저 젬 10개를 모으고 15초 동안 버티면 이기는 게임이다. 상대방도 10개를 모았다면 더 많이 모은 팀이 이기게 되는데 매우 심플하면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게임 상세 설명, 캐릭터의 배경과 필사기, 게임을 하며 모으게 되는 트로피, 동전과 보석 등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면 할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그냥 대단히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해두자.

 

내가 이 게임의 생리를 이해하고 재미를 몸소 체험하고 난 후 우리집에도 변화가 생겼다. 첫째, 더 이상 아들을 게임 중독자 취급하지 않는다.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게임이다. 하고싶어 죽겠는 것이 정상이다. 나도 이 게임을 하느라 말 시키는 아이를 되돌려 보내거나 설거지를 미뤄 놓거나 세탁물을 세탁기에 방치한 적이 있었으니 아이들은 오죽하랴. 둘째, 아이에게 게임을 “당장 멈추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끝내게 해주는 것이 매너이다. 팀 플레이 게임에서 누군가 판을 깨고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2분 내로 끝나게 되어 있으니 게임을 끝낼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한다.

 

내가 직접 게임을 해보니 그동안 중간 중간 찾지 못해 답답했던 퍼즐 조각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그동안 왜 아들이 용돈을 아껴 현질을 하게 되었는지, 왜 밤에 몰래 휴대폰을 베개 밑에 숨겨두었는지, 남편은 왜 게임 중에 말을 시키면 그렇게 성의없게 대답하여 내 속을 뒤집어 놓았는지……

 

어찌되었든 나의 게임 입문 이후 아이들에게 약간의 자유를 허용해주었고 아직까지는 오히려 나름대로 우리가 만든 규칙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규칙 세 가지는 1. 게임은 주말에만(성인 예외), 2. 현질 절대 금지(현질이란 현금을 주고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사는 행위), 3. 할 일 먼저 끝내고 게임하기인데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꽤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게임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나름 저희들도 맡은바 열심히 임해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나도 아이들과 공통 화제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서 뭔가 더 활력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으니, 한두 달 시간 날 때마다 게임에 열중했더니 왼쪽 엄지 손가락 주변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무 무리했나 싶어서 하루 이틀 쉬고나면 또 멀쩡해지고 다시 시작하면 또 조금씩 뻐근해진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는 참 이상하다. 내가 화장실 바닥 청소라도 하다가 엄지 손가락을 삐끗했더라면 뭔가 굉장히 억울하고 우울했을 텐데 게임하면서 생기는 엄지 손가락 통증에는 큰 불만이 없으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게임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 브롤 스타즈는 우리 가족들의 연결 고리가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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