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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가기 전에
05/20/19  

요즈음 온갖 소식들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마음을 구기게 한다. 즐겁고 유쾌한 일들보다 근심 걱정 투성이이다. 세계는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아프리카에서, 중동에서, 남미에서. 한반도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재해로 인한 극심한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진, 해일, 토네이도, 이상기온 등으로 인한 피해는 가름하기조차 힘들다. TV를 켜고 신문을 펼쳐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 세상이 곧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권력과 재력을 탐닉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욕망을 민족, 국가, 더 나아가 이념과 종교 등의 이름으로 치장하여 계속 싸움을 벌여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엄청난 자연의 재앙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언제나 무기력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평화롭게 사는 것인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부끄럽다. 그리고 자연재해에 대한 궁극적인 방비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단지 그 피해를 적게 하기 위한 대비와 발생한 후에 복구를 위한 노력만이 필요할 뿐. 그렇더라도 재앙에 의한 피해는 언젠가는 복구되고, 많은 사람들이 파괴의 현장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온다며 소란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세기의 10년을 훌쩍 보내고도 9년이 더 지난 5월 하순이다. 세월은 쏘아놓은 화살과 같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지금 우리는 만물이 소생하고, 자신을 보존하고 확산하기 위해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이 5월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스컴을 달구고 있는 전쟁과 재앙에 대한 끊임없는 근심, 걱정에 사로 잡혀 이 아름다운 5월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일상적으로 자녀 걱정, 남편(부인) 걱정, 부모님 걱정, 직장 일,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건, 사고들에 대한 걱정까지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염려 때문에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는 이 계절이 너무 아름답다. 더구나 불안과 걱정은 자기 내면의 주관적 체험일 뿐 현실화된 사실은 아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근심 걱정은 모두 털어 버리고 날려 버리자. 집안에 틀어 박혀 있지 말고 화창한 5월 속으로 나가 보자. 식구들과 함께해도 좋고, 가까이 살면서도 바쁘게 사느라 만나지 못했던 형제자매, 친척이나 친구, 혹은 선후배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 안부를 전하고 날을 잡아 함께하는 시간을 갖자.

 

모두가 소중한 인연들이다.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고, 2천겁의 세월이 지나면 사람과 사람이 하루 동안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5천겁의 인연이 되어야 이웃으로 태어날 수 있고, 6천겁이 넘는 인연이 되어야 하룻밤을 같이 잘 수 있게 되고, 억겁의 세월을 넘어서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놀라운 인연들이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 그들은 최소한 1천 겁 이상을 뛰어 넘은 인연으로 만난 소중한 존재들이다. 인연이란 이름으로 만난 모든 이들과 5월을 함께 나누자.

 

기왕이면 야외로 나가자. 바다도 좋고, 산도 좋다. 1시간 정도만 가면 바다요, 산이다. 멀리 자동차를 타고 가기가 어렵다면 집 근처의 공원이라도 찾아 가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자. 대자연이 주는 축복을 마음껏 누려보자. 나뭇잎, 풀잎, 꽃잎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생명력이 느껴질 것이다. 모두가 엄청난 섭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호수를 헤엄치며 다니는 오리 떼, 나무를 기어오르며 쫓고 쫓는 다람쥐들, 짧은 꼬리를 쫑긋 세우고 뛰는 토끼들을 보면서 즐기다 보면 하루가 엄청나게 짧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우리 인생에 5월은 과연 몇 번이나 맞이할 수 있을까? 2019년 5월은 다시 오지 않는다. 눈부신 자연을 바라보며 만물 위에 쏟아지는 생명의 축복을 마음껏 누려 보자.

 

살아 있다는 것. 그것보다 감사하고 소중한 것이 더 있을까?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상사와 인간사의 고민과 걱정들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보다 중요하지 않다. 생명을 가지고 살아 있다면 희망이 있는 것이고, 희망이 있다면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리라는 신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봄날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슬며시 왔다가 가버린다. 인생의 봄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들 스스로 찾아 즐기려 하지 않으면 노루 꼬리만큼 남아 있는 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우리는 속절없이 한여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될 것이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근심과 걱정을 훌훌 떨쳐 버리고 생명의 신비로 가득 찬 자연의 빛 속으로 걸어 나가자.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5월을 마음껏 향유하자.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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