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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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06/17/19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현자가 되거나 자연스레 모든 방면에 뛰어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수학 공부도 안 하면서 나이 먹었다고 자연스레 인수분해나 미적분을 능숙하게 계산해낼 수 없고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으면서 중장년이 되었다고 외국어로 어느 정도 언어소통이 가능하길 바랄 수 없듯이 말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모양이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할 줄 아는 게 많아지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되먹지 않은 유치한 글을 끄적거리면서도 문학상을 받는 작가들이 대부분 중년 이상이라는 사실에 큰 위안을 얻기도 했었다. 어느덧 나도 어른이 되면 뭔가 그럴 듯한 글을 쓰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눈 깜빡 할 사이에 나도 중년이 되었는데 나의 글에는 여전히 연륜같은 걸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서야 내 또래 작가들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문학상을 타는 것을 지켜보며 거저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의 어머니를 요리를 잘하셨다. 어릴 적 나는 “우리 엄마는 요리사”,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어”라는 표현을 수시로 했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과연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주부가 된지 15년차이지만 아직도 칼질이 서툴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가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 주부 연차가 늘어간다 해도 어느 날 갑자기 요리를 잘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요즘 함께 근무하는 분 중에 60대 중반쯤 되신 분이 있는데 이분이 참 보통 분이 아니다. 걸핏하면 연락도 없이 5분, 10분씩 지각을 하고 일하는 중에 양해도 없이 개인 용무를 보는 것은 다반사라 함께 일하게 되면 몹시 피로해진다. 얼마 전에 함께 일하던 중에 이 분이 다른 분과 언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왜 하나같이 사람들이 다 나한테만 이러는지 모르겠네. 내가 그리 만만해요?" 라고 소리쳤다. 아니다. 이 분은 결코 만만한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뭐랄까 굉장히 기가 센 타입이라고 할까...... 게다가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본인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이를 먹어도 이런 것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계신 분이다.

 

나이를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여유가 생기고 세상을 다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생길 줄로만 알았다. 누구나 그렇게 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수련하지 않는 자가 깨우칠 수 없듯이 나이 먹는다고 모두가 인격과 덕망을 갖춘 성인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군자는 커녕 곱게 늙어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요즘이다.

 

작년에도 나이 많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이 있었는데 한국 문화 특성상 나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드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가 나이 들어가는 탓인지 모르겠다. 여러 방면에서 나보다 뛰어난 나이 어린 사람들을 보면서 나이 들어가는 이 시점에서 나도 뭔가는 이들보다 나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를 먹으면서 좋아지는 것도 어느 한 구석 정도는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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