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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목선
06/24/19  

지난 15일 북한 목선 한 척이 동해 북방한계선에서 직선거리로 130km를 남하해 삼척항 부두에 접안했다. 약 2톤 정도 되는 작은 선박이었다. 이 선박에 타고 있던 네 명의 선원들은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약 1시간가량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남한 땅을 자유롭게 거닐고 다녔다. 일부 주민들과 대화도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우리 주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늘 안보 위기 속에 놓여 있는 한국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해군은 물론, 해경, 육군이 쳐 놓은 촘촘한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해안에서 수십 km 이내는 육군의 해안 감시 레이더로 중첩 감시하고 있다고 하니 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번 일은 분명 경계근무를 소홀히 해서 발생한 것이지만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손바닥만 한 국토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생겼다. 그리고 이 사건은 대한민국 국토방위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올해는 6.25 발발 69주년이 되는 해이다. 6.25는 6.25동란, 6.25사변, 6·25전쟁, 혹은 한국동란, 한국전쟁이라고도 부른다.

 

한국 법률은 6·25사변과 6·25전쟁이란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6·25사변이란 명칭을 사용했으나, 남북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북한의 UN가입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국가성 인정 등으로 국가 간의 전투를 의미하는 전쟁이란 용어로 바뀌었다. ‘참전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법을 개정하면서 6·25사변을 6·25전쟁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국가기념일의 하나로 ‘6·25사변일’을 정하면서 사변일이란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Korean War(한국 전쟁)이라 불린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38선 전역에서 남침하여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였다. 국군은 북한의 선진화된 병력과 무기에 밀려 한 달 만에 낙동강 부근까지 후퇴하였다. 유엔은 미국 주도로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이 전쟁에서 한국을 원조하기로 결정하고 유엔군을 파병하였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한 유엔군은 그해 9월 17일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며 같은 달 28일 서울을 되찾고 10월에는 평양에 이어 압록강까지 진격하였다. 하지만 11월 중순, 북한의 요청을 받은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이듬해 1월 4일, 서울을 빼앗겼다가 3월 15일에 재수복했다. 이후에도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3년이 넘는 동안 벌어진 전쟁으로 인명 피해는 약 450만 명에 달하고, 남한의 산업 시설 43%와 주택 33%가 파괴되었다. 이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6.25 전쟁 이후에 한반도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내적, 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가 알아주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치, 외교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도 후진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좌우로 나뉜 정치 집단들은 극단적으로 대치하면서 정쟁을 그칠 줄 모르고, 국방과 치안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번 북한 목선 사건도 국토방위의 허점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 가운데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건 나라도 아닙니다(基國非其國).” 율곡 이이가 당시 조선의 어지러운 사회상과 정치상황을 개탄하며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한 말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상황이 당시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열강들은 모두 한반도 정세를 빌미로 자국의 이익을 충족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그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나 통일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현실을 직시한 외교 노선을 펼치지 않으면 자칫 외교 무대에서 고립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아군도 적군도 분명하지 않은 외교전에서 극단적 선택은 대한민국 존립의 기반까지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아도 오늘의 아군이 적군이 되고 적군이 아군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실적으로 한반도 문제가 남북한만의 힘으로 해결되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한반도가 열강들이 세를 과시하는 각축장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튼튼한 안보가 우선돼야 한다.

 

군의 감시망을 뚫고 삼척항까지 내려온 북한 목선 사건이 한국의 현 시국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안보가 튼튼하지 않은 국가는 평화를 누릴 자격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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