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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07/29/19  

지난주 초, 전 세계의 관심이 런던으로 집중되었다. 테리사 메이 뒤를 이을 보수당 대표를 뽑는 보수당 당원들의 우편투표가 22일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라 집권당 대표로 선출되면 자동으로 대영제국의 총리가 되는 선거이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힌 후, 5차에 걸친 보수당 의원들의 투표에서 선출된 두 명의 후보를 놓고 당원들이 우편 투표로 결정했다. 그 결과 보리스 존슨은 보수당원 15만 9천여 명 가운데 66%의 지지를 받아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을 제치고 승리했다. 보리스 존슨은 영국 제 77대 총리가 되었다.

 

헝클어진 더벅머리, 구겨진 양복, 백팩을 메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옆집 아저씨.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이미지다. 서민적인 이미지와 달리 보리스 존슨은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증조부는 터키 오스만제국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터키 출신의 언론인이었으며, 1920년대 영국에 정착했다. 변호사 출신 외조부는 유럽인권위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아버지 스탠리 존슨은 유럽위원회(EU) 의원을 거쳐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미국 유학 중이었던 보리스 부모는 1964년 뉴욕 맨해튼에서 보리스를 낳았다. 보리스의 가족은 그가 다섯 살 되던 1969년 영국으로 돌아왔다. 보리스는 착실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영국 명문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왔으며 기자 생활을 하다가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남다른 입담과 행동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런던 시장을 거쳐 외무장관을 지냈고, 55세에 대영제국의 총리가 된 것이다.

 

그는 2008년, 2012년 두 차례 런던 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2008년 처음 런던 시장에 당선될 당시 정치 입문 7년차의 신예에 불과했으나 3선에 도전한 현직 시장을 무너뜨렸다. 보리스는 시장 재임 시절 런던의 대중교통 개선에 앞장섰고,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리스는 브렉시트 찬성파로서 2016년 국민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오랜 친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에게 등을 돌리고 브렉시트 지지를 선언했다. 보리스를 비롯한 브렉시트 찬성파들은 당초 EU로부터 국경통제권, 사법권의 완전 탈환을 요구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내세웠다. 보리스는 이에 불만을 품고 외무장관직을 사퇴했다.

 

영국 언론들은 보리스 존슨의 부유한 집안 배경, 솔직함을 넘어선 막말과 산만한 언행, 각종 스캔들, 금발의 백인, 보수적·인종차별적 성향 등을 거론하며 곧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유한다. 특히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 정책을 선호, 보수적 색채가 뚜렷하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

 

지난 23일 트럼프는 "사람들은 존슨을 영국 트럼프라 부른다. 사람들은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국인들은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보리스가 영국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것이 아니고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한 보수당 당원들에 의해 선출됐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국인들은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보리스가 트럼프와 비교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트럼프의 인기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보리스도 트럼프처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보리스는 수년간 신문 칼럼과 공석에서 인종차별적인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이슬람 여성들이 쓰는 베일을 가리키며 ‘편지 상자처럼 보인다’다고 폄훼했다. 그러나 보리스는 트럼프가 자주 언급하는 반이민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보리스는 이민 통제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원칙적으로 이민을 지지한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보리스도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하를 선호한다. 하지만 트럼프와 달리 경제 보호주의자는 아니다. 보리스는 브렉시트의 주요 이점 중 하나로 ‘영국 경제를 전 세계에 개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24일, 첫 대국민연설에서 99일 후 영국인들은 브렉시트를 완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외는 없다며, 단호한 목소리로 EU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확인시키려는 듯 연설 직후 브렉시트 강경파들을 전면에 내세운 새 내각을 발표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보리스 존슨을 총리로 선출한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경고했던 것처럼 보리스 존슨에 의해 ‘지옥’으로 바뀌어버릴지 아니면 보리스 지지자들의 주장대로 보리스가 브렉시트의 종결자가 되어 대영제국의 영화를 또 다시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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