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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喊聲)
08/19/19  

한인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물론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는 재외공관, 한인회를 비롯한 한인 단체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복절 당일에는 LA를 비롯한 몇 개 도시의 재외 일본 공관 앞에서 한인들이 아베 타도를 외쳤다. 비단 함성만이 아니다. 함성에 힘입은 듯, 한인들의 정계 진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지난 13일 LA 시의회 12지구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또 한 명의 한인 시의원이 탄생했다. 공화당 소속 존 이 후보는 총 16,724표를 획득, 15,395표 얻은 민주당 로레인 런드키스트 후보를 1,329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지난 6월 예비선거에서 런드키스트 후보에게 460표 뒤진 2위로 결선에 진출했으나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밋치 잉글랜더 시의원이 사퇴함에 따라 치러지는 보궐선거였다.

 

존 이 후보는 12지구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도 같은 지역의 칼 스테이트 노스리지를 졸업한 지역 토박이이다. 대학 졸업 후 조엘 왝스 시의원의 보좌관을 거쳐 잉글랜더 전 시의원의 비서실장으로 일했으며, 30여 년간 LA시의 여러 직책을 맡아 수행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존 이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현역 LA시의원들과 LA 타임스의 공식 지지를 받고 있는 사회운동가 출신 대학교수 런드키스트 후보의 공격으로 고전했다. LA 시의원 15명 가운데 1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존 이 후보는 40년을 그 지역에서 살아온 토박이로서, 전임 시의원의 수석보좌관으로 활동하며 다진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해서 전체 유권자의 3%에 해당하는 한인 유권자 4,500여명의 지지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12지구는 LA 밸리지역으로 채스워스, 노스리지, 포터랜치, 그라나다힐즈, 웨스트힐스 등 센퍼낸도밸리의 북서부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노스리지, 포터랜치, 그라나다힐스 등에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 12지구에 속한 도시들의 가장 큰 현안은 노숙자 문제이다.

 

노숙자 구호시설인 ‘샌퍼난도 밸리 레스큐 미션’을 성공시킨 바 있는 이 당선자는 “노숙자들에게 시민들의 세금을 투입해 유닛 당 55만 달러짜리 주택을 지어주는 것이 효율적인 해법일 수 없다”며 현 시정부의 비효율적인 노숙자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노숙자 문제를 단순히 주택지원 문제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며 노숙자들 거의 대부분이 갖고 있는 정신적 질병을 치유하면서 다각도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사려 깊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RV나 밴에 거주하는 소위 차량 노숙자 문제에 대해서도 이 당선자는 커뮤니티를 안전하게 지키고, 주택소유주들과 사업주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며 대책 없이 차량 노숙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존 이 당선자의 부친은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타운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다른 한인들처럼 건물이 불타는 등 폭동의 아픔을 겪었으며, 존 이 후보는 이때의 경험이 정치입문의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12지구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원이 당선되어왔으며 LA 여느 지역보다 훨씬 부유하고 환경이 좋은 지역이다. 오렌지카운티 남부 지역과 비교되는 이 지역에는 한인타운도 형성되어 있고 포터랜치, 그라나다 힐즈에는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그라나다 힐즈의 그라나다힐즈 고등학교 재학생의 30-40%가 한인학생으로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의 서니힐즈 고등학교와 비슷하다. 존 이 당선자도 그라나다힐즈 고등학교 출신이다.

 

이 당선자의 12지구는 데이비드 류 시의원의 2지구보다 한인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앞으로 한인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LA 시의회에 활동적인 공화당 시의원의 등장으로 보수적인 정책 추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광복절 다음날, 남미 볼리비아에서는 한인 정치현 목사가 기독교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한국에서 태어난 정 후보자는 선교사 부모를 따라 볼리비아로 이주했으며 외과 의사이자 목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0월 20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서 정치현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세계 도처에서 울려 퍼지는 한인들의 함성이 무위로 그치지 않고 커다란 성과를 얻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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