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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이야기
04/23/18  |  조회:109  

미국에 25년 사는 동안 부끄럽게도 이렇다 할 분리수거를 해 본 적이 없다. 보통 분리되어있는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에 맞춰 쓰레기를 던져 넣었을 뿐 쓰레기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어릴 적엔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살던 아파트에는 쓰레기 배출구가 있어서 주민 모두가 아무런 구분 없이 모든 쓰레기를 한 곳에 투척했고 그에 따른 법적인 규제나 양심의 가책도 물론 없었다. 

 

그런데 이십여 년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쓰레기 분리 수거가 보통 일이 아니다. 분리 수거를 규제하기 힘든 장소에는 아예 쓰레기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길거리에서 쓰레기가 발생하면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내 가방 속으로 쓰레기를 구겨 넣어야 한다. 재활용 쓰레기를 비닐, 종이, 플라스틱, 유리병, 캔 등으로 모두 따로 분리해야 하는데다가 버릴 수 있는 날이 일주일에 단 하루뿐이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해도 집에 모셔 두고 보관해야 한다. 음식 쓰레기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음식물 쓰레기 전용 쓰레기통에 버려야하는데 이 작업이 제일 곤욕스럽다. 음식물이라는 것이 단 몇 시간만 지나도 코를 찌를 듯한 악취를 풍기는데 이것들을 모았다가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들이 모인 곳으로 보내는 과정을 모두 직접 해야 하니 즐거울 턱이 없다. 특히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나 날파리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함이 동반된다. 음식물, 일반 쓰레기 구분하지 않고 거침없이 던져버리고 부드럽고 작은 음식물들은 부엌 싱크 분쇄기로 갈아버리던 미국 생활을 떠올리며 한숨도 여러 번 쉬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종량제 및 분리 수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995년부터였다고 하는데 국토는 좁은데 쓰레기 물량이 너무 많다 보니 국민에게 일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여 쓰레기 양자체를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분리 배출하여 자원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러 가지 논란은 항상 끊이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20년만에 한국은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서 세계 1위 쓰레기 재활용 국가인 독일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자료를 보니 독일은 재활용이 65%, 한국은 59%로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한국에 살며 경험해 보니 세계 2위라는 명성이 그닥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국의 재활용품 분리 수거 광경을 보면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루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분리된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의 사료나 흙의 비료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보니 계란껍데기, 과일씨, 호두, 밤, 갑각류 껍데기, 어패류 껍데기 그리고 양파와 마늘껍질과 같은 건조한 껍질류 및 치킨과 족발의 뼈 등은 일반 쓰레기로 분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분리하는 과정은 과장 조금 보태서 흡사 고대 유물 발굴 작업과 다름없다. 

 

재활용품 구분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귀찮고 하기 싫어서 은근슬쩍 마음대로 버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너무 복잡해서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재활용 가능한 종이에서 광고지, 포장지 등 비닐 코팅된 종이류는 제외된다. 그러다보니 종이상자에 코팅된 스티커나 테이프가 붙어 있다면 제거해서 구분해야 제대로 분리가 된 것이다. 의류에서 한복, 솜베게, 솜이불, 가죽 제품 등도 재활용이 불가해서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플라스틱에서도 열에 잘 녹지않는 플라스틱용기 (이걸 어떻게 알지?), 단추, 화장품용기, 라면봉지, 볼펜 등은 또 포함이 안된다. 이런 리스트가 몇 페이지 될 정도이다보니 이게 본인의 직업이 아닌 이상에는 100% 철저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도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었다. 칠순의 시아버지는 매일 저녁 식사 후에 불평없이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셨고 일주일에 한 번 분리수거 쓰레기 버리는 날이면 온갖 쓰레기들을 모아 분리 작업을 하고 계셨다. 분리수거 날이면 경비 아저씨가 아예 그 장소에 머무시며 분리 작업을 도우셨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주민들도 다르지 않았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다른 구성원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쓰레기 버리는 작업을 해내고 있었다.

 

여전히 쓰레기 분리 작업은 나에게 너무 귀찮고 힘들고 냄새나고 불쾌하고 어렵지만 나는 이 안에서 희망을 본다. 노력하고 수고하는 만큼 분명 환경오염이나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일조하고 있을 거라고. 이렇게 좋아지고 지켜낼 수 있을 거라고. 다만 실효성은 높이면서 덜 불편하고 덜 불쾌한 방법도 있지 않을까라고는 생각한다. 이미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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