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촬영중
08/26/19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내 자신이 감시 카메라 CCTV 에 찍히는 횟수는 얼마나 될까? 한국의 경우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하루 평균 83번, 길을 걸을 때 9초에 한 번씩 카메라에 찍힌다는 통계가 있다. 현관문을 나오자마자 아파트 엘리베이터부터 시작해서 차 블랙박스, 각종 대중 교통, 대로, 마트, 백화점, 편의점, 관공서 등 우리가 사는 곳곳에 보안을 위해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있다. 어느덧 CCTV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낯설고 불편했던 CCTV는 언제부턴가 의식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기계로 느껴진다. 이쯤 되니 CCTV가 없던 시절에는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이다.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를 들이박거나 긁어놓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는데 이제는 블랙박스 카메라 없는 차가 없다 보니 미미한 접촉에도 꼭 메모를 남겨놓는다. 그리고 지갑이나 휴대폰 그밖에 소지품을 분실할 경우에도 웬만하면 두고 온 장소에 그대로 있거나 분실물 보관소에 고이 보관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릴 땐 뭐든 두고 오면 대부분 못 찾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말이다.

 

대학교 때 옷을 파는 매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매장 규모도 큰데다가 손버릇 안좋은 손님들도 많은 동네라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당시엔 도둑 방지용으로만 알고 있었던 CCTV는 생각해 보니 우리도 주시하고 있었다. 손님이야 기껏해야 티셔츠 한두 벌 훔쳐서 나가는 것이겠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현금다발이 든 카운터를 만지고 있지 않은가. CCTV 효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비롯한 전직원이 하루 종일 점심 시간 10-15분을 빼고는 한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인권 침해같은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는데 요즘엔 직장 내 CCTV가 인권과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수많은 감시 카메라를 달고 살아가고 있으니 문제가 전혀 없진 않을 것 같다. 무수한 카메라 렌즈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으며 이게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르니 악용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최근에는 어린이집과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찬반 논란이 뜨거웠는데 결국 미래에는 그 어느 곳도 카메라 렌즈로부터 벗어날 수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보다 더 쉽고 확실한 통제 방법은 없을 테니까. 사생활,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보안, 범죄 예방, 안전사고 예방,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CCTV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진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감시 되고, 저장되며 어쩔 수 없이 통제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자신을 숨기기 어려운 사회로 진화되어 갈 것이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내가 카메라에 찍히고 있고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하기 짝이 없지만 이제는 분명 CCTV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찍히는 것이 불안한 것보다 찍히지 않는게 더 불안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CCTV가 어떤 식으로든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마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넷이나 키우는 우리집도 내가 부재중일 때를 대비해서 가정용 CCTV 설치를 고려했었는데 몰라도 좋았을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마음을 접었다. 살다 보면 안보고 모르는 게 상책인 경우도 많으니깐.

 

그나저나 길을 걸으며 9초에 한 번씩 카메라에 찍힌다는 데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안 잡히는 사람들은 대체 어찌된 일인지 참으로 신출귀몰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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