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x you
09/03/19  

이번주에 개봉한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영화는 1994~2005년을 배경으로 당시 청춘들이 살아가는 모습, 가족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꿈에 대한 열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사랑이 지닌 따뜻함과 애틋함, 반복되는 엇갈림과 우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앞으로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영화의 줄거리는 패스.)

 

줄거리가 다소 진부하고 작위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으서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나 역시 그 시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나의 친오빠와 같은 75년생이라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추억의 소재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바로 엊그제 같았던 “나의 한창때”가 레트로 영화,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영화가 되어 나오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어느 20대 젊은 블로거의 영화평 중 “현시대와는 다른 질감의 감성이 전해져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 시절에 청춘을 보내지 않았다면 와 닿는 부분이 많지 않을 것이다” 라는 글을 읽고 움찔했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처럼 나의 청춘도 그저 흘러간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착잡한 마음마저 들었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로맨스 장르의 영화를 보는 내내 정작 기억에 남은 것은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랑이 아니라 빵과 칼국수를 갈망하는 식욕이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바사삭 소리를 내며 빵을 물었을 때와 호로록호로록 칼국수 면을 넘길 때 마치 먹방을 보는듯한 극심한 식욕을 느껴 다이어트 주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끼니에 과식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음악. 영화 제목에 걸맞게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쓴 듯 모든 배경 음악들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줄거리나 상황에 맞게 흘러간다. 하지만 새로운 곡이 나올 때마다 ‘아, 이 노래 제목 뭐지? 누구 노래지?’를 생각하느라 영화에 제대로 몰입하기 힘들 정도였다. 몇 번이나 휴대폰을 꺼내 검색하고 싶은 충동을 겨우겨우 참아내야 했다. (집에 오자마자 검색해봤지만 아직 몇 곡은 여전히 궁금함)

 

영화 음악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은 마지막 장면에 들어간 영국 밴드 Coldplay의 “Fix You”였는데 과거의 삶과 서로의 관계에 있어 많은 상처를 가진 주인공들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특히 너무 개연성이 없어서 주인공들의 사랑과 아픔에 좀 더 젖어들 수 없었던 관객들을 달래기에도 꽤나 적절한 선곡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나중에 이 영화는 보지 않더라도 이 노래는 꼭 찾아서 들어 보길 권한다. 되는 일이 없고 우울할 때 작은 위로 정도는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When you try your best but you don't succeed

When you get what you want but not what you need

When you feel so tired but you can't sleep

Stuck in reverse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 your bones

And I will try to fix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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