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해!
09/23/19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의 절반 가량은 ‘권장 신체활동량’을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약 4분의 1은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나는 지난 5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근력운동을 시작하면서 다행히도 위에 1/4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일주일 두 번의 무산소 운동으로는 늘 운동의 부족함을 느꼈다. 실제로 평소 하루 5천 보 이상 걷기가 어려우니 어쩌다가 좀 걷게 되면 금방 숨이 헉헉 차오르고 발바닥이며 발목이 아파오는 운동 부족 증상을 보이고 만다. 걷는 운동이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혼자 걸을 생각을 하면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혼자 걷기 싫어서, 뜨거운 태양이 싫어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주위 친구들을 설득하고 어르고 달래 드디어 같이 걸을 친구 섭외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여름의 막바지부터 평소 늘 어울리는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아이들을 등교 시킨 후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총 세 가지로 한강 코스, 올림픽공원 코스, 백제 토성 코스로 걷는 코스가 거의 뭐 관광지와 유적지급이라 그냥 걷기만 해도 축복 그 자체이다.

 

백제왕도 가을이면 이 길을, 이 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걸었으리라. 특히 요즘은 날씨도 좋고 미세먼지도 없어서 그야말로 솔솔 부는 가을 바람 맞으며 걷다 보면 “캬아~~~ 정말 살 맛 나는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을 길 걷기운동은 서로 만족감이 높았으며 빈도수도 높아져 일주일에 두세 번은 만보를 거뜬히 넘겼다. 쇼핑할 때를 빼고는 통 걸을 일이 없어 하루 이삼천 보 걷는게 고작이었던 미국에서보다 무려 서너 배나 더 걷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은 운동 후 꼭 그냥 헤어지지 못하고 먹거나 마시게 된다는 것. 그래도 양심상 덜 살찌는 메뉴를 골라보지만 운동 후 한 끼는 얼마나 꿀맛인지 가볍게 먹자던 초심을 잊은 채 어느새 음식을 흡입하고 있다. 걷는 코스는 세 가지이지만 먹는 코스는 얼마든지 다양하다 보니 매번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걷기 전보다 더 나온 배를 애써 숨기며 그래도 기분 좋게 먹었으니 0 칼로리라고 서로를 위로해 본다.

 

오늘도 만 보 이상 걷고 야무지게 샌드위치에 커피 한 잔까지 챙겨 먹었다. 저녁에 만난 남편에게 오늘도 열심히 걷고 열심히 먹었다고 말했더니 남편이 “그렇게 먹더라도 운동하는 게 좋아?”라고 물었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 있게 “응, 예전엔 운동 안하고 먹기만 했었거든. 이젠 그래도 운동하고 먹으니깐 다행이지 뭐!” 라고 답했다.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이 껄껄껄 크게 웃었다.

 

대답을 하고 다시 생각해 보니 운동이 주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한없이 푸르고 높으며 공활한 가을 하늘과 솔솔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이 함께하는 순간, 같이 걸어서 더 즐겁고 함께 먹어서 더 맛있는 이 아름다운 가을이 정말 좋다.

 

우리 모두 같이 “가을 운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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