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인앤아웃
04/23/18  

새벽에 동부 아이비리그로 진학한 아들이 전화를 건다.

아빠저 다시 돌아갈래요.”

아니 왜?”

동부에는 인앤아웃이 없잖아요.”

 

한때 유명했던 인앤아웃 햄버거 광고의 대략적인 내용이다서부에 살다가 동부로 이사를 가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 인앤아웃 햄버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 앤 아웃은 서부를 대표하는 햄버거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를 이곳 한국에서 만났다그가 나에게 물었다미국을 떠나 와서 가장 그리운 음식이 무엇이냐고인앤아웃 햄버거라고 대답했다대답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어서 민망했을 정도였다이십여 년 동안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라 이토록 그리워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눅눅하지 않은 햄버거 빵에 신선한 패티와 야채의 발란스가 적절하고 상큼한 드레싱이 그 맛을 더욱 조화롭게 잡아주어 한 입 베어 물을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나는 그 맛이 고향의 맛처럼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앤아웃 버거는 가주에 사는 한인들에게도 워낙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본사를 두고서부 6개 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체인이다.  미국 3대 햄버거로 인앤아웃쉑쉑버거파이브가이즈를 손꼽는데 인앤아웃은 부동의 1위를 지키다가 2017년에 파이브가이즈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1948
년에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서 패밀리 비지니스로 운영했고 체인을 확장하지 않고 서부에만 유지하는 이유는 음식의 신선함즉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주로 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하는 이유도 신선한 재료의 유통을 위해서라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메뉴판에 오로지 버거프렌치프라이와 음료뿐이지만 지점마다 하루종일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성공한 비결은 바로 그 신선함에 있다냉동이 아닌 냉장 패티를 사용하며프렌치프라이 역시 즉석에서 통감자를 썰어 튀겨 낸다모든 재료를 하루 이상 두지 않고 절대로 얼린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는데다가 햄버거 빵은 눅눅하지 않고 드레싱은 느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아 햄버거의 느끼함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도 제격이다게다가 퀄러티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라 돈을 내면서도 늘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프렌치프라이 위에 구운 양파와 치즈 등을 올려 주는 애니멀 스타일도 사랑받는 메뉴이고 그외에도 일반 패스트푸드점과 달리 만들어 달라는데로 맞춤이 가능해서 선택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뿐이 아니다미니멈웨이지보다 높은 시간당 페이를 주는 몇 안 되는 패스트푸드점이다보니 일하는 직원들의 서비스도 확연히 다르다일반 패스트푸드점을 찾을 때는 훌륭한 서비스를 기대하지도 않지만 어쩌다가 언짢은 경험을 하는 일도 적지 않은데 인앤아웃은 다르다적어도 나는 한 번도 인앤아웃 직원으로부터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인앤아웃의 오픈형 키친에서 아무리 바빠도 웃는 얼굴로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기다림이 길어져도 관대한 마음이 생기곤 했다

햄버거는 인앤아웃 버거만 고집해온 터라 한국에서 먹는 일반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햄버거는 성에 차지 않는다한국에서 인앤아웃을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본토에서는 꽤 맛있었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 맛을 훼손시킨다 싶을 정도로 아쉬운 적도 있어서 인앤아웃이 부디 회사의 철학과 고집을 지켜주길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그래야 내가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또 다른 동기가 되어 줄거라 생각한다나에게는 언제나 담백하고 변함없는 그리운 고향의 맛으로 남아서 다시 만났을 때 그래 이맛이야!”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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