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의 길
10/28/19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했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 방침을 밝히자마자-정확하게 이틀 뒤- 터키는 대 테러전 미국의 동지였던 쿠르드족을 침공했다. 전 세계의 비판여론이 빗발쳤지만 트럼프는 철군을 강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군의 과제가 세계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미국은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프간 내전 상황에 따른 치안유지와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 수행 등을 위해 수천억 달러의 예산을 허비하고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지난 2001년 아프간 내전 개입이후 지금까지 2,400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으며, 현재 13,0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 두 나라 철군으로 끝나지 않을 듯 보인다. 지난해 말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며 시리아 철군에 강력히 반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진언을 외면하자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시기가 문제일 뿐 주한미군 철수도 언제든지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철군 문제와 같은 대외정책, 특히 전쟁 수행에 관해서는 대부분이 행정부의 권한이다. 즉 최종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다시 말해 미 의회가 해당 지역 미군 철수와 관련해 별도의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 중단도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내각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전쟁을 선포할 때는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관례에 의하면 대통령이 먼저 전쟁을 선포하고 나중에 의회의 승인을 받는 형식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끊임없이 얘기하면서 주한미군 부담금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한국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는 얻어지는 실익보다 자국의 부담이 크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하고 있는 거다.

 

미군의 대한민국 주둔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중국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시리아 주둔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질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 등을 정확히 인지하려 하지 않고, 비용 대비 효과만을 놓고 따지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미 국방부는 시리아에서 전면 철수하지 않고, 일부 병력을 시리아 북동부 유전 지역에 잔류시키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에게 절대로 유전이 넘어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철군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어 이를 잠재우는 한편, 러시아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메리카 퍼스트, 동맹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비단 트럼프만의 생각이 아님을 충분히 인식하고 미군이 주둔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자주국방, 말로만 하는 자주가 아니라 스스로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을 키우기 위해 진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허점투성이이다. 중국의 선박들이 대한민국의 영해를 무단으로 제집처럼 드나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러시아 공군기가 동해 상공을 날아와 독도 상공을 비행하고, 10월에는 북한과 합동군사훈련을 하던 러시아 공군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진입했다. 이처럼 러시아 공군기가 동해상에 날아들기 시작한 것은 의례적인 일로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한민국의 반응을 감지하면서 아울러 한국의 군사력을 점검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과 일본의 반응을 감지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이제 다음 달이면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가 종료가 된다. 일본과 상호 협력하지 않고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된다. 아울러 미국과도 각종 연합 훈련 축소, 방위비 분담 갈등 등 냉랭한 기운만 감돌고 있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자주국방은 나홀로 힘을 키우는 것만으로 이룰 수 없다. 주변국들과 상호 협력을 통해서 비로소 완벽한 자주국방이 이뤄지는 것이다. 철저하게 자국의 실익을 계산하고 있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군이라는 독단적인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총망라해서 가동해야 하며,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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