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존재감
11/04/19  

가수 김건모가 화촉을 밝힐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30대 미모의 피아니스트와 결혼을 한다니 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고 평소 김건모를 특별히 좋아한 것도 아닌데 괜히 결혼 소식이 반갑고 기쁘다.

 

“뚜뚜루 뚜루루루 뚜뚜루 뚜루루루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

그의 특유의 목소리와 창법은 초창기에 비평가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의 음색과 창법은 어언 3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비단 김건모뿐이랴. 엽기, 장난, 시원하면서 개구지고 방탕하지만 재미진 B급 감성으로 일류가 된 싸이. 그 집합체로 탄생한 세계 가요 “강남 스타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남 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싸이는 언젠가 방송에 나와 강남 스타일 후속곡을 낼 때마다 몹시 부담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는 싸이의 후속곡들이 최대 히트곡인 “강남 스타일”과 비슷한 스타일의 노래였고 대중들은 곡들이 새롭지 않다며 실망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싸이는 싸이다워서 좋다고 생각한다. 싸이가 어느날 갑자기 아이돌처럼 맑고 가벼운 팝을 부른다면 대중의 반응은 어떨까? 마이클 잭슨이 해비메탈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놀랍다기보다는 아찔하다.

 

유독 한국은 변화를 갈망한다. 가수도 창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면 열광한다. 이는 연기자에게 더욱 요구되는 덕목이다. 대중들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를 원한다. 마치 변신이 배우의 연기력을 가늠하는 잣대인 냥 말이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흔히 손꼽는 천의 얼굴이라는 국민 배우들도 내 눈에는 한결같다. 근엄하고 진지한 연기에 몰입하는 안성기, 코믹 사투리 연기의 강자 송강호, 열혈 형사, 타락한 악인 역에는 최민식 등을 손꼽지만 사실 역할이 아무리 바뀌어도 배우가 갖고 있는 특유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은 그렇게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기자고 가수고 작가고  그들만의 특유한 칼라를 갖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 사람이 본래 갖고 있었던 성품, 성향, 표정, 음색, 제스처와 버릇 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들의 특별함 덕분에 대중들에게 인기를 받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중은 어느 순간 그 특별함에 “한결같다, 지겹다, 질렸다” 등의 혹평을 쏟아내기도 하니 가끔 ‘이건 좀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결같은 특별한 칼라가 좋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시도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훌륭한 것이겠지만 전문직처럼 어떤 장르에 아예 두드러진 사람이야말로 엄청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의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생활의 달인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늘 비슷한 연기를 하는 배우를 보면 나는 늘 기분이 좋다. ‘맞아 이런 연기는 역시 이 사람이 최고지. 거의 달인 수준이야’ 감탄하며 어느새 그를 인정하고 존경하게 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최고의 짜증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차태현의 연기는 늘 똑같다며 단조로운 연기력으로 치부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짜증 연기만큼은 우리나라 최고라고 생각한다. 또 공효진의 로맨틱 코미디 러블리 연기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다보니 매번 그녀가 맡는 여주인공 캐릭터에 푹 빠지고만 만다. (요즘 그녀가 연기하는 동백이 또한 최고!)

 

어떻게 보면 동백이는 똑같은 톤과 똑같은 제스처의 또 다른 공효진일지 모르나 그녀의 한결 같음이 오늘도 내 하루를 마감해주는 달콤한 힐링 타임을 안겨주기에 나는 오늘도 드라마 속 그녀를 보며 같이 울고 웃는다. 효진씨를 포함한 자신만의 색깔 美친 존재감으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모든 연기자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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