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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04/23/18  |  조회:116  

얼마전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층간소음 공익광고 캠페인을 듣게 되었다아랫집아기가 깰까봐 집에서 까치발로 걸어다니고 아랫집 시험 앞둔 수험생을 위해 벽에 액자를 걸지 않고아랫집 내일 면접보는 청년을 위해 오디션이 코앞인데도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미덕을 아랫집을 먼저 생각하는 층간 내리 사랑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다처음에는 무심코 듣고있다가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윗집 사는 사람은 아랫집 사는 사람의 손윗사람도 아닌데 내리사랑이라는 가족간의 상하 관계를 전제하며 국민들에게 알아서 사이좋게 지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아파트 층간소음은 건물의 구조상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공사비가 더 들어가고 공사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층간소음을 고려해서 바닥을 두껍게 하고 층간소음과 내진에 강한 기둥식 구조로 시공하면 될 문제가 아닌가층간소음의 주범은 애초부터 층간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도록 집을 만든 사람들이 아닌가?  문제의 원인은 따로 두고 피해자들끼리 갈등하며분쟁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웃을 배려해서 네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고 하니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웃을 배려하지 않고 새벽부터 청소기를 돌리거나 밤늦게까지 헤비메탈을 들으며 뛰어다니는 몰지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대부분의 아파트 내 층간소음은 일상 생활 속에서 피해갈 수 없는 걷는 소리샤워하는 소리변기 물 내리는 소리방문 닫는 소리아이들 꺄르르웃는 소리, TV보는 소리와 같이 너무나 평범한 생활 속 소리인 것이다집에서 걸어다니고 벽에 액자를 걸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그저 일상이고 생활이다이런 평범한 생활도 영위할수 없다면 대체 나는 집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실제로 나는 지난 여름 한국에 온 이후로 늘 집에서 까치발로 다니고 있다까치발로 다닌지한 달이 지났을 때 발등이 심하게 아파 병원을 찾았더니 족저근막염이라고 했다대체 나는왜 발레리나도 도둑도 아니면서 내 집에서 까치발로 다녀야 하는 걸까한참 움직임이 많은아이들은 어째서 매일 제자리에 앉아서 놀 수밖에 없는 걸까어째서 나는 하루 종일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조용하라고 주의를 주어야 하는 걸까언제까지 아랫집에 뇌물아닌 뇌물을 바치며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미리 연락해 양해를 구하며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걸까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고통 받는 사람보다 배려하는 사람을 보여 주며 시민 의식을 부추기는 공익광고 따위나 만들지 말고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서 건설사를 규제하고 아파트 건설에 어떤 구조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파악하고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정부와 건설사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해 준다면 이웃끼리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은 우리들이 알아서 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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