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1/11/19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인 오늘, 정말 거짓말처럼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주 목요일이면 대학 수능 시험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맘때면 항상 이렇게 매서운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수능 한파”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수능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은 이미 마음이 얼음장일 텐데 수능은 항상 한파와 함께 찾아온다.

 

수능을 앞두고 “컨디션이 곧 성적", "학교 12년의 결산"을 비롯해 각종 기사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그뿐이랴…... 수능을 며칠 앞둔 고3 수험생들은 거의 왕대접을 받는다. 상전도 이런 상전은 없을 것이다. 고 3은 무엇이든 열외 되고, 그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된다. “아, 저희 집에 고3이 있어서요.", "우리 애가 지금 고 3이라…..." 등의 발언은 비장의 무기 그 자체이며 그 누구도 고3의 특권에 반기를 들지 못한다. 그 어떤 누구도 감히 고3만은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능 시험 당일은 어떻겠는가……  수능 시험날 전국적으로 교통 트래픽 및 혼선을 줄이기 위해 모든 학교의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며, 시험 시간 중에는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비행기가 뜨지 않고, 소방차 출동 시에도 사이렌을 켜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 “수능 시계”라고 불리는 초침 소리 안 나는 시계를 손목에 두르고 있다.

 

이번 시험을 앞두고는 “수능 샤프”가 꽤나 이슈가 되었다. 수능 시험장에는 휴대전화나 블루투스 이어폰같은 물품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컴퓨터용 사인펜과 샤프 같은 필기구를 시험장에서 지급한다. 그런데 최근 2011년부터 사용해온 '수능 샤프'가 새롭게 바뀌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필기 감각을 손에 익히기 위해 기존 샤프를 계속 사용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는 것이다. 새로 바뀌는 브랜드라도 알려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이렇게 '수능 샤프 대란'까지 일어나자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인생을 건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미국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미국 수능인 SAT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결정적으로 SAT는 우리나라와 달리 한 번 시험을 망치거나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더라도 다음 기회가 또 있다. 규정에 정해진 횟수 내에서 마음껏 신청해서 그 중에서 원하는 점수를 대학에 제출할 수 있다. 물론 일부 대학들은 모든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무턱대고 많이 보지는 않고 보통 1-3회, 시험을 치루는 편이다. 어찌되었든 단 한번의 기회는 아니다 보니 뭔가 심적으로 부담도 훨씬 덜 할 것이다.

 

물론 무슨 시험이든 시험을 앞두고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마치 이 시험을 못보면 인생을 망치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온 국민이 호들갑을 떠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12년 학력 평가를 단 하루, 단 한번의 승부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학생들도 원하는 날, 원하는 만큼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면 수능을 앞두고 일어나는 온갖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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