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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04/23/18  

어딜 가나 캐럴이 울려 퍼지는 12월은 예수를 믿지않고 산타를 믿지않는 어른들에게도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온마음을 들뜨게 한다. 미국은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시작된다. 이 시기가 되면 길거리의 작은 가게부터 가정집에 이르기까지 눈길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감탄사가 터지게 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은 들뜬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쇼핑 시즌도 시작되어 수많은 브랜드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 선물을 위한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캐럴이 쇼핑 욕구를 부추기는데 한몫 거든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난 경험을 통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축제, 파티, 세일 이벤트 등으로 연상되기 쉬운 크리스마스는 사실 기독교인들에게는 가장 의미있는 날 중 하나로 예수님께서 이 땅에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날을 기념한다. 크리스마스 풍습은 종교의식으로만 행하여지다가 후대에 크리스마스 트리며 선물이 가미되며 종교를 떠나 이제는 지구촌 가족의 축제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00년대부터 중요한 기념일로 인식이 되어 1920년대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알려졌고 일제 때는 탄압을 받다가 1949년 공식적인 공휴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 되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지만 성탄의 의미가 심각하게 훼손되지만 않는다면 적당한 수준에서 즐기고 나누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가족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의 12월은 분명 미국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고조 되진 않지만 내가 살던 캘리포니아에 비해 날씨만큼은 제대로 크리스마스이다. 올해도 우리집은 미국에서 하던 식으로 11월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했는데 10년 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큰마음 먹고 구매했던 인조 트리가 한국까지 우리와 동행했다. 이제는 그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둘러 앉아 사진을 찍는 것이 우리 가족의 전통이 되어 버렸고 매년 트리 박스에서 꺼내 설치할 때마다 설레는 마음은 변함없고, 크리스마스 아침 일찍 아이들이 눈뜨자마자 트리 밑에 놓인 선물들을 개봉할 때면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산타도 타겟 매장에서 장난감 쇼핑을 하냐며 두 눈을 반짝이던 큰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는 눈치이고, 둘째와 셋째도 맏아이의 영향을 받아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다. 셋째 아이가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벌써 세 번이나 산타가 실제로 존재하냐고 묻길래 나는 “산타는 믿는 이에게만 찾아 오고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오지 않는다.”라고만 대답해 주었다. 산타를 믿고 기다리는 마지막 한 아이가 남아있는 한 나의 산타 노릇도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더 이상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되더라도 어린시절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가족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온식구가 모여 트리에 장식할 오너먼트를 달고 크리스마스 아침 일찍 잠옷 바람으로 선물을 개봉하던 “우리의 크리스마스”가 행복으로 물들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이들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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