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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현재진행형이다
12/02/19  

새해를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11월을 보내고 12월을 맞이했다. 2019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걸어온 느낌이다.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려서 북악터널을 평창동쪽에서 정릉 방향으로 걸어서 통과한 적이 있다. 터널 안의 환풍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캐한 매연으로 숨을 들이마시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터널을 통과해서 가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참으며 걸었던 기억이 난다. 왜, 무엇 때문에 터널을 걸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길로 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그렇다. 다른 출구가 없다. 현재 우리들 앞에 놓인 터널을 빠져나가지 않는 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수도 없다. 우리들 모두의 잘못이다. 아니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들 모두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도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도 끝이 있고, 까면 깔수록 계속 까지는 양파도 그 끝이 있는데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요즈음 하루 종일 언론이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뉴스 같지 않은 뉴스들, 시사평론 같지 않은 평론들, 그것들은 무조건 어느 한 쪽의 편에 서서 두둔하고 옹호한다. 그리고 상대를 무조건 비판하고 상대편의 잘못을 지적하며, 자기들끼리 자화자찬의 박수를 친다.

 

기성 언론이나 유튜브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은 완전히 반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자기의 잘못이나 허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자기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상대방을 공격해야 한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이런 싸움에 익숙해져 있었다. 둘 이상 모이면 비판하고 세상을 개탄한다. 그들 속에 있다 보면 마치 매캐한 매연으로 가득 찬 터널 속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기 자식들을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인턴십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고, 상장을 위조해서 수여하고, 낙제 과목이 둘이나 있는 아이에게 장학금이 수여 되었다는 터무니없는 뉴스를 들으며 설마 했다. 절대로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다. 가짜 뉴스이기를 바랬다. 그럴 만하니까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대통령 측근으로 근무하면서 자기가 얻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시가보다 싼 가격에 구입하고 투자를 해서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고 난리도 아닌 난리를 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사람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청와대가 개입해서 대통령의 지인이 당선되도록 했다고 떠들썩하다. 이 모든 사건들이 아직 재판 중에 있거나 검찰 수사 중이기에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절대로 대통령 최측근에 있는 사람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끊임없이 신뢰를 보내고 있는 내 친구들-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이 낙담하고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고교 동창생이 예전에 민정수석으로 근무했고,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후배들도 몇몇 있었지만 정확하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알 필요도 없었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살았다.

 

이번에 정확하게 민정수석이 무슨 일을 하는 직책인지 알게 되었다. 최근에 부산시의 경제부시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 과거의 비리 때문에 검찰에 불려 들어가고 구속되는 일련의 보도를 접하면서 민정수석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라는 사실을 알고 깜작 놀랐다.

 

나는 이 모든 사실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판결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가짜뉴스로 빚어진 해프닝이기를 바란다. 만일 이런 일이 사실이라고 밝혀지더라도 이는 희망찬 내일의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에 지나야 하는 터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끝이 아니다. 서로 날이 선 비판을 하며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몰아 부치는 오늘이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밝은 미래로의 현재진행형이다.

 

힘차게 2019년의 터널을 빠져 나가자. 희망찬 새해, 2020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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