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중
12/16/19  

또 한 해가 간다.

 

언제부턴가 새해를 맞이하는 것보다 보내는 해에 대한 감정이 깊어진다.  특별했던 누군가와 헤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한 해를 큰 탈 없이 보냈음에 감사하고 안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도 하다. 어느덧 새해에 대한 설렘보다 심란함이 더 커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연말연시라고 뭐 별거 있나. 12월 31일이고 1월 1일이고 다 똑같은 날일 뿐이지’하고 초연한 척해보지만 실상은 불안하다. ‘올해도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었구나. 내년에는 달라져야 할 텐데’하며 한탄하고 내부 압박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연말 증후군”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말 증후군: 연초의 계획 실패나 외로움 등으로 연말에 우울해지는 병증)

 

한 장 남은 달력이 물끄러미 나를 본다. 한 해를 잘 보냈느냐고 채근하는 것만 같아 괴롭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큰소리쳐보고 싶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내 앞에 닥친 일들과 주어진 일들을 겨우겨우 해내긴 했지만 여기저기 크고 작은 구멍들이 생겼다.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일들도 말끔히 처리하고 새로운 일도 시작해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또 그렇게 매년 익숙한 톤으로 “한 것도 없이 한 해가 다 갔네.”하며 12월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항상 12월은 “헐”하고 시작했다가 “헉”하고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보다는 많이 덤덤해졌지만 여전히 연말만 되면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진다. 송년회 날짜도 잡아보고 아직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선물도 미리미리 골라야만 한다. 오늘 저녁에도 친하게 지내는 동네 친구들과 송년회 약속이 잡혀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식당 예약도 하고 파티 복장도 고르고 이렇게 저렇게 흥을 돋우며 오늘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를 보내며 아쉬운 마음 가득하지만 그래도 올 한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로부터 물심양면 도움을 흠뻑 받았다. 그들 덕분에 구멍이 많았음에도 이렇게 저렇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그러니 기뻐하고 감격하며 또 받은 만큼 베풀며 그렇게 살다 보면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아도 어떻게든 살아지겠구나 싶다.

 

12월이 쓱 하고 시작된것처럼 1월도 쓱 하고 다가올 것이다. 남은 12월을 평온하게 잘 보내주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새해에도 수많은 질문과 고민들이 내게 다가오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내 곁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Good by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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