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새해에는
12/30/19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같은 해 6월 12일 싱가포르, 2019년 2월 7일 베트남, 6월 30일 판문점까지 3차에 걸쳐 이어지는 북미회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곧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은 북한의 핵포기 의지가 빈약하다고 보고 제재를 풀지 않았다. 이에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북한과 미국은 서로 험악한 발언을 통해 상호 위협과 협박을 반복하면서 관계를 냉랭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 관계를 해동시키기 위해 미국 측 북미회담 고위관계자가 한국과 중국을 연이어 방문했고 12월 24일 중국에서 한중일 3자회담이 열렸다. 과연 북한과 미국, 한중일 삼국은 어떻게 2020년 새해를 맞이할 지 지켜 볼 일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19년 후반기 들어서면서 현 정부 실세들의 권력형 부조리를 밝히기 위한 검찰과 검찰 권력을 축소하려는 세력들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 와중에 드러난 고위 관리들의 부조리와 부패, 언론의 무능력, 상식과 기준의 몰락 등은 국민들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 했다. 다 같이 공조하며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 국민들은 분열하고 대립하여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대화나 타협이란 단어들은 잊혔고 배타적 감정, 상대적 박탈감만 늘어갔다.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들만 가득한 세상이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것은 실망과 분노뿐이었다.

 

이제 2019년은 저물고, 2020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2020년 새해는 경자(庚子)년, 쥐해이다. 쥐는 인간의 역사와 줄곧 함께할 정도로 오래 되었지만 개나 고양이, 소, 돼지, 닭처럼 가축이 되지 못했다. 사람들이 일부 특정한 종류의 쥐들을 애완용으로 키우기는 하지만 가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 주위에 머물면서 농작물을 해치고 병균을 퍼뜨리는 등 해로운 동물로 부정적 면이 강하게 부각되었을 뿐이다. 이런 쥐를 박멸하기 위해 온갖 방책이 나왔지만, 쥐들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위기 대처 능력이 빼어나고 몸이 잽싼데다가 다산 능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쥐는 1년에 6~7차례, 한 번에 6마리에서 9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로 태어난 새끼는 어미가 다시 새끼를 낳기 전에 새끼를 낳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무섭게 번식한다. 종류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쥐를 비롯하여 생쥐, 들쥐, 밭쥐, 흰쥐, 이집트쥐, 햄스터 등 다양하다.

 

쥐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민첩하고 영민하다. 사람 말을 알아듣고, 좌우를 구분하는데다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미키와 미니는 이런 점에 착안해서 탄생한 것이다. 또 다른 만화 ‘톰 앤드 제리’의 주인공 톰은 고양이 제리를 골탕 먹이는 영리한 쥐이다. 만화에서 이렇게 쥐는 인간과 친숙하게 묘사되고 있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쥐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우선 그 생김새가 혐오스럽다. 아주 작은 눈에, 길고 뻣뻣한 수염, 몸보다 긴 꼬리,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쥐를 12지(支)의 첫 번째로 삼았을까. 이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옛적에 신(神)이 12지를 만들 때 해당 동물 선발 방법으로 달리기 경주를 선택했다. 경주가 시작되자 참가한 동물들이 서로 1등을 차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그중 우직한 소가 일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때 쥐가 소에게 “네가 일등하는 것은 당연하다. 축하한다.”며 부탁을 했다. “내가 발에 쥐가 나서 뛰기 어려우니 네 머리에 좀 올라가 있으면 안 되겠니?” 인정 많은 소는 쥐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결승선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쇠뿔을 잡고 있던 쥐가 폴짝 결승선 안으로 뛰어내렸다. 이렇게 하여 쥐가 1등이 되었고 소는 두 번째가 되었다.

 

인간에게는 혐오 동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쥐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으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근면한 동물이다. 민간에 전해 내려오기로는 재물과 풍요 기원의 상징이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먹을 복과 좋은 운명을 타고난 것으로 생각한다. 쥐는 또 영리하고 재빠르다는 일반적인 관념과 다산(多産)과 예지의 의미도 함께 지닌다. 게다가 2020년, 경자(庚子)년의 ‘경(庚)'은 흰색을 뜻한다. 예로부터 흰색은 상서로움을 뜻했다. 따라서 2020년은 상서로운 해이다.

 

2020년의 밝은 태양은 그 어두운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주며 떠오를 것이다. 다시 또 시작해야 한다. 기대가 실망을 주고 분노가 혐오를 낳아 결국 폭발했던 지난날들을 교훈 삼아 새해에는 지나치게 큰 기대를 버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

한반도 통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미중일 삼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조금씩 양보하여 통일로 한 걸음 나아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우리들 안에 잠겨있는 혼돈과 분열의 마음을 소통과 이해를 통해 한마음으로 만들어 새해에는 우리가 가는 길들이 어디에선가 만나고 합쳐져 밝고 힘찬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