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더불어 사는 세상, 행복한 세상
01/06/20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연말을 보내고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연말연시에 많은 분들을 만났다. 선배, 후배, 친지들, 직접 만나기도 하고 전화와 문자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심지어 몇몇 친구들은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하루 묵었다 가기도 했다. 이렇게 모여 웃고 이야기하며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며 깔깔대는 것, 이것이 사람 사는 맛 아닌가?



전화 통화를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얘기로 시작해서 건강을 빌면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또 만났던 분들과도 거의 대부분 건강에 관해 상당히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눴다.



한 분에게 내가 물었다. 2020년 좋은 계획이 있으신가? 그 분은 세 가지 있다고 했다. 첫째, 일주일에 한 번은 배타고 나가서 낚시하는 것(참고로 이분은 8월경에 중고 배 한 척을 샀다. 부인 몰래 샀다가 후에 이실직고했다고 함), 둘째, 일주일에 두 번은 골프 치는 것, 셋째 매일 매일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첫 번째 것과 두 번째 것은 무지 힘이 든다면서 운동은 세 번째 것만이 운동이고 앞에 두 가지는 도 닦는 것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주장, 자기 노는 일에만 매달리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도 그가 밉지 않았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며, 가끔 고기 잡았다면서 회까지 떠서 갖고 오지 않았던가.



만나자마자 자신이 지금 감기가 심하니 혹시 옮길 수도 있다며 조심하라는 분들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감기환자를 서너 분 만났을 뿐인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고생하고 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았음에도 별 소용이 없는 듯하다. 이 또한 사람 사는 맛이라 생각하며 흐르는 눈물을 즐긴다.



1월 1일 아침, 눈뜨자마자 이불 속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무엇을 할까 궁리했다. 매일 아침 타운뉴스 가판대를 둘러보면서 출근한다. 하지만 그날은 새해 첫날인지라 근무를 하지 않기에 일찍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코스가 정해져 있다. 예당에 들려 한남체인, 뱅크오브호프, 시온마켓, 신한은행......



한남체인 앞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한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경비원 이동철 씨다. 근무시간보다 1시간 일찍 와서 아침 운동을 한다면서 다가오는 그에게 나도 “해피 뉴 이어!”를 외쳤다. 언제나 웃는 낯으로 오고가는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는 분이다.



오랜만에 통화한 오리건에 사는 친구로부터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3년 전에 은퇴해서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부인은 불치병을 앓고 있다. 부인 돌보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를 앞당겼다고도 할 수 있다. 친구의 얘기를 옮겨 보았다.



일주일에 사흘씩 부인을 돌봐주기 위해 의료조무사가 가정을 방문한다. 크리스마스 무렵 친구는 자신의 주머니를 탁탁 털어 카드 속에 25달러를 넣어서 조무사에게 주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돌봐주기 위해 수고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며칠 뒤 다시 찾은 조무사는 친구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면서 그날, 자신의 자동차에 가스가 간당간당해서 가스를 넣으려 했으나 돈이 없어 집에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하던 차에 친구가 준 카드 속 25달러를 요긴하게 썼다며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했다.



친구를 감동받게 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가진 돈을 모두 의료조무사에게 주어버리고 수중에는 땡전 한 푼 없어 연금 받는 날만 기다리고 있던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또 다른 친구였다. 오리건 친구에게 전화를 한 친구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은데 네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전할 수 없고, 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몰라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250달러 상품 교환권을 보냈다’면서 필요한 것을 구입하라고 했다.



조무사에게 25달러를 선물했는데 그것이 열 배로 부풀어서 돌아왔다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너무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내게 묻는 수화기 너머 친구의 목소리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경제적 여유가 없는 그가 그렇게 감동한 것은 단순히 25달러와 250달러라는 돈의 가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감동은 단연코 나눔의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눔의 실천은 나눔을 받는 사람만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눔에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지는 마법이 있다. 그리고 행복은 나눌수록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커진다.



더불어 사는 세상,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2020년을 시작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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