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매직
01/06/20  

1-2년 전부터 박항서 매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내용을 살펴보니,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게 되었단다. 60년 만이라고 한다. 박 감독의 지휘 아래 베트남 축구는 지난해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4강 신화와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을 달성하는 등 연거푸 역사를 다시 쓰고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이스에서도 G조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축구는 국제전만 보는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대단한 일임이 확실하다.

 

그 중심에 박항서 감독이 있었다.  그의 말년은 화려하다기 보다는 멋있는 것 같다. 베트남에서 매직을 펼치기 이전 박 감독 또한 2002년 정점을 찍고 여러 학교와 지방 구단을 떠돌며 걱정과 고민이 많았을지 모른다. 모두가 꺼려하는 동남아 국가까지 쫓기듯 내몰렸을 때 자존감이 많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 감독은 연연치 않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해냈다.

 

나는 "박항서 매직"이라는 제목에서 매직이라는 단어가 "기적"이라고 읽힌다. 기적이 일어난 곳이 베트남인지, 박항서 감독인지, 축구계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마법같은 기적들이 일어나는 것만은 확실하다.

 

박항서 감독의 활약 덕분에 베트남에서는 한국과 한인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다고 한다. 베트남 온국민이 하나가 되어 응원하고 열광하고 한 목소리로 박 감독과 한국에 감사를 전한다. 이렇게 매직은 그로 인해 위안 받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진가를 발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기억이 있다. 바로 2002 월드컵이 그러하다. 2002년은 그 시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영원히 잊지 못할 그런 특별한 해였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나 끌어안고 소리지르고 눈물 흘렸던, 스포츠를 보며 내 평생 이렇게 감동적인 적이 있던가… 싶었던 순간이었다. 대표팀을 승리로 이끈 히딩크 감독은 바로 국민 영웅이 되었고 모든 연호와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정말 할리우드 스포츠 영화처럼 말도 안 되는 기적이었다. 월드컵 16강만 해도 좋겠다던 대한민국 축구 팀이 8강이라니, 4강이라니…... 역전의 역전을 이루고 설마가 현실이 되던 기적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 국민이 부르면 선수들이 기적으로 응답했다. 온 나라가 한 마음으로 응원했고 함께하는 응원은 모두의 심장을 뛰게 했다. 

 

요즘같이 시국이 어수선한 때는 어쩐지 더욱 그날이 그리워진다. 비록 스포츠 때문이긴 했지만 우리는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요즘처럼 종북 좌파라며, 태극기 부대라며 서로에게 칼날을 세우며 으르릉 거리는 것은 이제 지칠 만큼 지쳤다. 서로를 갈라놓지 못해 아우성이고 나와 다르면 무조건 적이 되는 사회에서 평정심을 갖고 바르게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꿈이 이루어지는 매직, 그 기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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