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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의 기준
01/13/20  

새해 벽두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이란 등 온 세계가 난리법석이다. 1월 2일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최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했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이란군이 이라크 미군기지 두 곳에 로켓포를 발사했다. 전쟁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미군의 피해가 크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은 반격을 가하지 않고, 외교적으로 수습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 정부도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지 약 5시간 뒤, 이란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해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항공(UIA) 여객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이란 측은 기체 결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발사한 지대공미사일에 맞아 추락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미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상원에서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서 미 전국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조기에 탄핵안을 무력화시키려는 공화당과 여론전을 통해 수적 열세를 만회해보려는 민주당 간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하원과 달리 여대야소(공화 53석, 민주 45석, 무소속 2석)인 상원의 의석 분포상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상원에서는 3분의 2인 67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한 공방을 계속하는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리라.

 

대한민국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8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대학교수,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을 지낸 한 인사에 대한 가족 및 본인에 대한 수사로 검찰과 청와대, 여당과 야당, 온 국민들까지 둘로 나뉘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경상북도 한 도시의 시장 선거에 청와대와 여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갖고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정부는 국면 전환을 위해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정부와 검찰의 싸움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양쪽이 비슷하게 나뉘어 옳다 그르다면서 소리치고 싸움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그 어느 쪽도 과히 틀리지 않은 주장인 듯 보이나 진실이나 정의는 수적 우세나 열세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더욱이 민주주의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기에 결국 투표에서 이겨야 한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 70여명이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해서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현 상황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자기편이 한 명이라도 더 국회의원이 되어야 수적으로 우세를 점하게 되어 국회의 각종 표결에서 자기들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한국 방문에서 만났던 후배가 생각난다.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하고 평생을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기에 그의 말을 존중하는 내게 그는 여당의 한 국회의원을 지지하고 있으며 그를 후원하는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그 단체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그렇게 어렵게 얘기를 꺼내냐고 물으니 ‘형이 절대적인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라면서 형이 하지 말라면 얘기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하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니며 실용주의자”라며 “내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미국 철학 프래그머티즘의 완성자라고 일컬어지는 ‘존듀이의 경험이론’이다. 진보든 보수든 과연 그것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가 안 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설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주장이라고 해도 국가의 이익에 반하거나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추진하는 일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득이 되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주장을 펼치라”고 말했다. 그러자 후배는 현재 여권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이 병립하고 있다면서 자기들을 결속시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세력들이 언제까지나 권력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며 그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계속해서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만 들으려 하지 말고 나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어느 편이 옳은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의 기준은 국민의 이익,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가, 공정한가, 무엇보다도 화자가 그때그때 자기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상황에 따라 삶의 원칙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후배에게서 1월 중순 자신들이 만든 단체의 모임이 있다며 연락이 왔다. 중앙무대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그 정치인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정의의 편에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선봉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며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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