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한다 간접흡연
01/13/20  

나는 비흡연자이다. 뻐끔뻐끔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내 앞으로 걸어가는 흡연자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지고 빨리 피해 지나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 담배가 얼마나 건강에 안 좋은지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알 테니 거론할 필요도 없고 나는 건강을 제쳐놓드라도 담배가 싫다. 물론 평생 비흡연자로 살아온 나는 흡연자의 기분을 이해할 수 없다.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담배를 찾을 수밖에 없는 그 절박함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십대 초중반이었을 때 우리 사회는 담배에 꽤나 관대했었고 심지어 담배 피우는 사람에 대한 흠모같은 것이 존재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이 담배와 함께 사색에 잠겨 있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에 반해 담배를 시작하기도 했다. 담배는 예술, 음주, 낭만과 뗄 수 없는 그 무엇인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했다. 실내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그때는 카페, 술집, 노래방 안이 늘 담배연기로 자욱했었고 그 안에 있다가 나오면 반드시 목욕을 하고 옷을 세탁해야만 했다. 내 주위에 수많은 남자들은 고등학교때부터 모두 흡연을 시작했고 여자 친구들 중에도 담배 피우는 것은 흔한 일이어서 나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물론 나도 평생 단 한번도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회는 많았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서 손대지 않다가 꼭 한번 담배를 피운 적이 있었다. 제대로 피운 것인지 연기만 뿜어낸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마치 내 일생 최대의 일탈이라도 되는 양 알 수 없는 흥분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머리가 아픈 것은 둘째치고 지독한 담배 냄새가 손가락, 머리카락에 베었는데 샤워를 하고 나서도 그대로 남아있는 기분이 들었다.특히 손끝에서 풍기던 그 냄새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했었다. 그 후로는 절대로 다시는 담배를 건드리지 않았다. 너무 너무 끔찍했던 기억으로 손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담배 피우는 사람을 거의 무슨 범죄자 취급한다. 학교에서 흡연 예방 교육을 마치 우리 어릴 때 반공 교육하듯이 하니 학교 교육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엔 우리 아이들만 그런 줄 알았더니 또래 아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길가 저만치에 숨어서 담배 피우는 아저씨라도 발견하면 손가락질을 하고 "엄마, 저 아저씨 담배 피워!"라며 마치 소매치기라도 잡은 듯한 반응을 보인다. 아이들이 하도 범죄자 쳐다보듯이 하니 생판 처음 보는 흡연자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흡연자들이 참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담뱃값도 계속해서 인상되고 사방은 금연구역이고 내 집 안팎에서조차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없고, 흡연이 허락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면서도 죄인처럼 눈치를 슬금슬금 봐야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번거롭고 귀찮고 청승맞기까지 한데도 이 모든걸 감수하고 흡연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것이 놀랍기는 하다.

 

하지만 길거리나 아파트 곳곳에서 간접 흡연의 피해를 고스란히 나와 내 가족이 받게 될 때면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우리 집은 최근 들어 안방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담배 냄새가 자주 넘어오고 있다. 나는 이 담배 냄새가 그리도 역겨워서 평생 비흡연자로 살기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당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아파트 관리소에 괴로움을 호소하니 며칠 뒤에 흡연 자제 당부 메모가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었다. 제발 하고 기대해보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저녁 시간에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헉 하고 숨을 거르게 된다. 화장실 가는 것을 꺼리게 될 정도로 심각한데 어찌할 방법이 없다. 내 집에서 우리 식구는 아무도 피우지 않는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흡연자는 자발적으로 흡연을 선택했다. 그리고 흡연에는 어쩔 수 없는 합당한 이유 따위는 없다. 그러니 나같은 비흡연자가 그들의 흡연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이유는 결단코 없다고 생각한다. 제발 백해무익한 담배는 민폐 없이 알아서 요령껏 혼자서만 즐기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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