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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
01/21/20  

오는 3월 3일, 대통령 예비 선거를 비롯해 시의원, 주 상·하의원, 연방 상·하의원 등의 선거가 있다. 필자가 사는 라미라다 시에도 선거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라미라다는 각 지역구에서 다섯 명의 시의원을 선출한다. 그 중 세 명은 이번 3월 선거에서, 나머지 두 명은 2년 후인 2022년 선출한다. 라미라다에 20년을 살다 보니 시의원 다섯 중 세 사람이 친구다. 그냥 친구가 아니고 그들이 출마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친구는 홍콩계 1.5세 Ed Eng과 멕시코 출신 Steve De Ruse로 그들은 재선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라미라다 시의원에 도전하는 친구도 있다. 그는 멕시코 태생으로 오리지널 멕시코 인디언 혈통이다. 라미라다 시에 있는 바이올라 대학 출신으로 40여 년 전부터 라미라다에 거주하면서 라미라다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각종 커뮤니티 행사에 적극적으로 봉사하면서 시의원을 꿈꾸어 왔다.

 

그로부터 시의원 출마의 변을 듣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 의하면 라미라다에는 백인들의 정치 그룹이 있는데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모든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 그룹의 수장격인 사람은 라미라다 시의원과 시장을 오랫동안 지냈으며 은퇴 후에도 계속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이 당선되도록 후원하고 지지해 왔다. 현역 시의원 대부분도 당선을 위해서, 또 당선된 후에도 시정을 원만하게 끌어가기 위해서는 그 그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친구가 5지역구에서 출마를 공표하자마자 예의 그 정치그룹에서는 친구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40대의 젊은 현직 LA 경찰관을 대항 후보를 내세웠다. 그 경찰관은 40여 년을 라미라다에서 살아온 친구에 비해 지역 내의 지지기반이 약하기는 하나 백인 그룹의 지지에 힘입어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인지 정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지만, 5명의 시의원들 가운데 단 한 명도 친구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친구가 지지하고 후원했던 -심지어 가가호호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동참하며 도와주어 당선된- 의원들조차 친구의 지지 요청을 거절했다. 왜 그런가 물으니 선거에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백인 그룹에서 친구를 후원하거나 지지하지 않도록 무언의 압력을 넣었거나 의원들이 그 그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친구는 분노했다.

 

그 그룹의 수장격인 사람은 행사장 같은 데서 친구가 옆에 앉아 있으면 마지못해 인사를 하지만 멀리 보이면 인사하지 않기 위해 피해 간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와 유사한 경험이 떠올랐다.

 

7년쯤 전이다. 시의사당에서 열렸던 한 행사에서 라미라다 백인 정치그룹의 수장이라는 그와 마주쳤을 때 그의 행동이 그러했다. 보통 사람들은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자기 주위에 있으면 웃는 낯으로 대하고 가볍게 눈인사를 하는데 이 사람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나를 기피하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인사를 했는데도 못 들었다는 듯이 ‘하이’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분명히 달랐다. 그는 얼굴 표정과 행동으로 '나 너 싫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주 불쾌한 기억이다.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내가 함께 지지하고 선거운동에 참여하며 도와서 시의원이 된 사람들조차 친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전형적인 멕시코 원주민의 피부와 얼굴을 갖고 있기에 무조건적으로 거부당하는 그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1월 20일은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는 Martin Luther King Jr. Day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식들이 이 나라에 살면서 피부색으로 평가되지 않고 인격으로 평가 받게 되는 날이 오는 꿈입니다.' 그가 외치던 그의 꿈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킹 목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온 결과 지금은 표면적으로나마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됐지만, 실상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한 차별은 알게 모르게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은 아직도 현실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시정(市政)이 소수 백인 그룹에 의해서 움직여지지 않도록 모든 선거에서 지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도 그 한 방편임이 틀림없다.

 

주나 연방 정치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에도 소수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라미라다 시에는 라티노가 42%, 백인이 33%, 아시안이 21.3%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안 표의 향방이 중요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오는 3월 3일 미 전역에서 실시하는 선거에 선거권을 갖고 있는 우리들 모두 참여하여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진정으로 우리를 위해 봉사하고 일할 참 일꾼을 뽑아야 한다. 라미라다 3지구 Ed Eng, 4지구 Steve De Ruse, 그리고 5지구에 출마한 Noel Jaimes의 당선을 기원한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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