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시 결심
01/27/20  

운동을 안 한다. 살이 찐다.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더 운동을 안 한다. 이것은 무슨 짜여진 패턴이자 공식과 같다.

 

나는 지난 20년간 늘 허리가 부실했다. 12학년 때인가 갑자기 찾아온 허리 통증 이후 한 시간 이상 걷거나 서있으면 늘 허리가 아팠다. 오래 앉아 있어도 아팠고 평소보다 무리하거나 피곤해도 허리에서 제일 먼저 신호를 보냈다. 좀 덜 아픈 날과 더 아픈 날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완전히 통증이 없는 날이 드물 정도였다.

 

허리가 아프면 굉장히 절실해진다. 척추신경과, 한의원, 정형외과 등 잘한다는 병원도 다 가봤고 적지 않은 돈도 들어갔다. 병원에서는 젊은 나이라 수술이나 시술은 권하지 않고 운동과 물리치료를 권유했다. 하지만 젊어서는 들은 척도 안하다가 정말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  30대 중반이 다 되어서였다. 그러나 좀 살만하고 덜 아프다 싶으면 다시 운동을 게을리 하게 되니 디스크의 고통을 이겨낼 만큼 허리 근육이 단련되지 못해 늘 재발이 되었다.

 

누구나 허리가 아파보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최근 허리 통증 때문에 다소 불행한 일주일을 보냈다. 12월 말에 무리를 하면서 허리 상태가 좋지 못했는데 그냥 두면 괜찮겠지 했던 것이 더 악화된 것이다. 누워서 뒤척일 때도 아프고 화장실 가기도 불편하고 특히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할 때 통증이 말도 못했다.

 

바로 동네 한의원으로 향했다. 동네 한의원은 언제나 만원이다. 아침 일찍은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이 줄을 잇고 문을 닫을 무렵에는 직장인들이 찾아온다. 집에서 10분거리에 한의원이 네댓 곳 있는데 다 어느 정도 잘 되는 모양이다. 한의원은 특이한 게 들어가서 아픈 부위를 말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침대에 눕힌다. 누운 채로 상담을 받는 것이다. 뭔가 좀 굴욕적인 자세로 침 치료, 부항, 물리치료 등을 받는 것이 통상적이다.

 

서너 차례의 치료 후 아직 말끔하진 않지만 그래도 기분 탓인지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병원에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은 다르다고 믿는 편이다. 한때 무슨 일 때문인지 오른쪽 엄지 근육이 한동안 아팠던 적이 있었다. 참고 참다가 의사 선생님께 통증을 호소했고 선생님이 "어디가 아프다고?"하면서 내 손을 살짝 잡았는데 이런...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는 것이다. 이리 눌러보고 저리 눌러봐도 멀쩡했다. 의술적으로 설명 불가한 일이긴 했지만 만병의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가정했을 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전문가를 만나 본인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순간 어느 정도는 이미 위안이 되고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일단 병원 치료 후 급한 불은 껐으니 다음 패턴은 정해져 있다. 다시 운동이다. 운동을 해서 후회해 본 적이 없건만 그렇게 좋은 줄 알면서도 늘 미련하게 다시 돌아가고 만다. 부끄럽지만 매해 다시 하게 되는 새해 결심처럼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허리 통증 없는 앞으로의 40년을 위해 게으르고 비루한 몸뚱이를 다시 일으켜본다. 나의 살 길은 운동뿐이기에 새해 나의 결심은 확고하다. 몸과 마음의 건강 돌보기! 곧 운동 후기 칼럼 쓸 날을 고대하며 요가매트 앞으로 향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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