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1.5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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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03/02/20  

마스크를 벗고 싶다. 아이폰의 페이스 인식 기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마스크 때문에 매번 귀찮게 손가락으로 휴대폰 잠금 해제를 하는 것이 싫다. 마스크를 쓰고 걸을 때마다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를 가리는 것도 짜증난다. 라면 면발 후르륵 빨아들일 때 생기는 김과는 차원이 달라서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가 숨을 참았다가 서서히 뿜었다가 별짓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싫은 것이 있는데 바로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얼굴에 정성껏 펴 바른 비비크림이 묻어나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끔찍하게 싫은 마스크를 쓰고 매일매일 서로를 경계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지하철에 올라 일터로 향한다.

 

며칠 전 퇴근길, 지하철에서 하차하고 조금이라도 집에 빨리 귀가할 생각에 서둘러 계단을 오르는데 누가 내 어깨를 다급히 툭툭 쳤다. 요즘같이 민감한 시기에 누가 어깨를 만지나 싶어서 예민해졌고 뒤를 돌아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내가 떨어뜨린 장갑 한 짝이 들려 있었다. 감사한 마음 뒤로 창피함이 밀려 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언제부터인가 경계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슬픈 일이다.

 

우리는 국가적 재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 속에서 그래도 대한민국은 발빠르게 대처하며 나쁘지 않은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확진자를 찾아내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발신하고 확진자 동선을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로 알리며 확산은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몰지각하고 비상식적인 일부 사람들의 선택과 결정, 이탈로 인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도록 나빠졌고 결국 나라와 온국민을 위험에 빠트렸다. 특정 종교나 특정 인물을 비난하고 원망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때, 이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차마 숨길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초유의 사태에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의료진, 방역, 소독하시는 분들은 밤낮없이 사력을 다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모두가 나름 열심히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전문가도 정확히 모르는 신종 병인데다가 모두 처음 겪는 일이기에 당황스럽고 앞날을 예상할 수가 없어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우리는 여태껏 잘 극복해 왔고,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믿는다. 처음 겪는 이런 위기를 잘 넘기는 방법은 어쩌면 너무 뻔할지 모르지만 모두가 매뉴얼을 따르며 각자의 위치에서 최대한 협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와서 내 탓 남 탓 따지며 주저앉아 버린 들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스크를 챙기고 손을 자주 씻으며 외출을 자제하는 것. 그리고 조용히 기도하는 것이다.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명동 성당은 백이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했다. 일제강점기 때도, 6.25 전쟁 중에도, 신종플루와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강타했을 때도 계속되었던 미사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파온다.

 

하루 빨리 이 상황이 진정되어 우리의 일상을 되찾고 마스크 없이 맨 얼굴로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빌어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란과 불안 속에 있는

저희와 함께 하여 주십시오.

어려움 속에서도 내적 평화를 잃지 않고 기도하도록 지켜주시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기도문

(천주교서울대교구장 인준 2020.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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