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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03/09/20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주, 플로리다주도 이미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미국 내‘코로나19’사망자는 지난 6일 현재 총 12명이다. 사망자 12명 중 10명은 워싱턴주에서 나왔다. 확진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코로나19의 확진자는 중국 8만여 명을 포함해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가 3,415명에 달한다. 한국은 확진 6,593명, 사망 44명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1,000여 명이 자가 격리를 권고 받았다. 지난 2월 이후 미국은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 사는 큰딸이 사두었던 미세먼지 대비용 마스크가 떨어졌으나 구입할 수 없다며 이곳에서 사서 보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마스크를 쉽게 구입할 수 없었다. 약국을 비롯해 대형 마켓 등에 알아보았으나 대부분 물건 자체가 없었다. 다행히 한 약국에 3달러짜리와 6달러짜리가 약간 있다고 했다. 마스크 하나에 6달러를 주고 구입하기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3달러짜리 20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3개를 샀고, 코스트코에서 20개를 샀다. 총 43개를 구입하는데 정확하게 100달러가 들었으며 보름 정도가 걸렸다. 그중 20개는 빨아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딸네 6식구가 4월까지는 사용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월쯤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퇴치되리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오늘, 이번 주말을 함께하기로 한 샌프란시스코 사는 작은딸이 전화로 예정대로 방문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무조건 오라고 했다. 이것저것 따지고 걱정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생전에 몇 번이나 더 보겠는가. 일 년에 서너 번 만난다고 해야 100번 정도에 불과하지 않은가.

 

코로나19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판단력이 흐려져 멀쩡한 사람도 공포에 사로잡힐 수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처럼 번지는 독감의 경우, 해마다 수천만 명이 걸리지만 대부분은 좀 앓다 낫고, 그 가운데 원래 중병을 앓던 환자들 중 일부가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고생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으나 이렇게 유난을 떨지는 않았다. 동네 코스트코나 샘스클럽에서도 물과 마스크를 제한해서 팔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이미 재고가 동이 났다고 하니 그야말로 난리 아닌 난리가 난 것이다.

 

손 잘 씻고 가급적 사람 많은 곳 피하고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학교나 직장을 잠시 쉬고 병원을 찾으면 될 일임에도 크게 겁을 집어 먹고 공포에 떨고 생필품들을 싹쓸이하고 있으니 집단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집단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으레 비난할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이번 바이러스 발생지 중국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더니, 뒤이어 일본에 정박 중인 크루즈 선박에서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일본 정부의 대처에 무차별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었다며 ‘신천지’라는 종교 집단에게 융단 폭격을 퍼붓고 있다. 심지어 이 종교단체의 교주는 살인죄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3월 4일‘코로나19’대응 법안이 415대 2의 압도적인 차이로 하원을 통과했다. 그 다음날(3월 5일) 연방 상원도 연방 정부의‘코로나19’대응을 위해 83억 달러 규모의 긴급 예산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예산 요청에 따른 것으로, 당초 요청한 25억 달러의 3배 이상 증액한 규모이다. 이는 여야가 당파를 떠나 현재의 상황을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보고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한 결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긴급 예산은 백신, 진단 검사 키트, 치료법의 연구 개발에 30억 달러 이상이 배정됐고 바이러스 예방과 대비, 발병 대응에 관한 공중보건 활동에 22억 달러가 책정됐다.
AP 통신에 의하면 의약품이 필요한 이들에게 연방 공중 보건 기관이 전달하는 명목으로 300만 달러가 책정됐고, 연방 및 주·지방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위협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데 20억 달러 이상이 사용되며 해외 바이러스 퇴치 지원에 13억 달러가 사용된다.

 

LA시에서는 주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제35회 LA마라톤’이 이번 주말(8일) 개최된다. 전국 50개주, 전 세계 78개 국가에서 2만 7,000여명 이상이 모일 전망이다. 주최 측은 중국,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 국무부가 여행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 출신 선수들의 참가를 제한했다. 보건당국도 이번 마라톤 대회를 통해‘코로나19’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며 마라톤 대회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면에는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자신감도 존재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국력이고 국격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 사태는 머지않아 극복이 되고 사람들은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들갑을 떤다고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을 이겨내기 위해 지켜야 할 수칙이 무엇인지,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이를 실천하며 일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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