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이기리라
03/16/20  

뉴욕 사는 조카 부부가 아이들 셋과 함께 와서 사흘을 머무르다 갔다. 조카네 가족은 월요일(9일) 디즈니랜드에서 놀다가 밤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화요일 새벽에도 디즈니랜드에 가서 놀다가 저녁에 왔고, 수요일에도 이른 새벽에 디즈니랜드로 향해 역시 늦은 밤에 귀가했으며, 목요일 아침식사 후 떠났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간 거다.

 

3일 입장권을 끊었기 때문에 사흘 동안 최대한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밤늦게 들어오는 조카의 모습은 놀다가 과로사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지쳐있었다. 조카가 떠난 다음날 디즈니랜드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다며 고객들과 직원들의 감염을 우려해서 이달 말까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조카는 선견지명이나 예지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

 

CNN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주정부 자료 등을 인용해서 12일 오후,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41명, 확진자가 1,596명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에서는 4명이 사망했고, 19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지방정부들은 대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정부는 250명 이상 모이는 행사는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LA 시는 일시적으로 일반인들의 시청 출입을 금지했으며, 시정부 산하 기관들에 50명 이상 참석하는 행사들은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피스 파크 천문대는 당분간 폐쇄했으며 LA 동물원도 27일까지 문을 닫는다.

 

워싱턴주, 오리건주도 4주간 주 전역에서 250명 이상 규모의 집회를 제한했다. 뉴욕주는 500명 이상 규모의 집회를 금지했다. 뉴멕시코주와 유타주는 1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집회를 잠정적으로 금지했고 메릴랜드주는 250명 이상 규모의 모임을 금지하면서 주 방위군의 경계태세를 상향 조정했다. 뉴저지주 필 머피 주지사는 콘서트나 스포츠 행사, 행진 등 25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중 집회를 취소해달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은 스포츠계에도 직견탄을 날렸다. 유타 재즈의 프랑스 출신 선수 뤼디 고베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NBA는 리그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축구 MLS와 북미 아이스하키리그 NHL도 리그 중단을 발표했으며, 프로 야구 메이저리그도 현재 진행 중인 시범경기의 중단은 물론 오는 27일로 예정된 리그 개막을 2주 이상 연기하기로 했다. 또, '3월의 광란' 미국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도 대회 자체를 취소했다.

 

유럽 프로축구도 위기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과 네덜란드 리그가 잇따라 중단되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스날의 아르테타 감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구단 훈련장을 폐쇄했고 선수를 비롯한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미국 프로골프 PGA 투어도 갤러리 없이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꼽자면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카톨릭 교회들은 일찌감치 주일 미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했으며 대형 교회들도 모든 행사들을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를 시작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워싱턴주 시애틀의 미국장로교단은 각종 모임과 예배를 당분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LA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가족과 친구,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곳 한인 교계의 실정은 어떤지 궁금해 엘에이에 있는 한 대형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코로나19 때문에 교회의 모든 행사를 중단하고 주일 예배만 드리고 있다고 했다.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요즈음 같은 때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상당수의 나이들은 신도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며 원래하던 대로 성경 공부도 하고, 예배 후 함께 점심식사 하는 것은 계속해야 한다며, 교회의 결정이 지나치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가능하면 주일 예배도 잠시 접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되물었다. 친구는 아직은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지금 사람들이 느끼는 극심한 불안감은 바이러스의 위험성으로 인한 심리적인 공포심에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세계 각국의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심하게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불안과 공포가 클수록 가장 기본적인 생활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우선 심신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과로가 면역력 결핍을 일으킨다. 피곤하다고 느끼면 푹 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자주 물을 마셔야 하고, 실내 공기를 자주 순환시켜야 하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해야 하고 야외에서 햇볕을 받으며 가급적 많이 걸어야 한다.

 

우리 모두 어렵고 힘든 이 시기를 무사히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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