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알 수도 있는 사람
03/16/20  

페이스북 친구가 2천 명이 되어간다. 불과 몇 주 전만해도 분명 5백 명도 채 되지 않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저 며칠 페이스북에서 추천한 “알 수도 있는사람” 들에게 친구 신청을 했더니 많은 이들이 친구 승낙을 해주었고 그 이후로는 매일 나에게 엄청난 친구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그들의 “알 수도 있는 사람” 리스트에 노출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어느덧 페이스북을 시작한지 십 년이 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싸이월드로 소셜 네트워크를 경험한 터라 초창기 페이스북도 일촌을 맺듯 친한 친구들 위주로 친구를 맺었고 그 다음에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지인들을 찾는데 큰 수확이 있었다. 페이스북은 친구 사이를 연결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친구가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요즘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지 알 수 있으니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등 다양한 SNS로 사람들이 갈라졌고 몇 년 전부터는 아예 SNS와 작별을 고하는 사람들이 확 늘었다. 나도 피드에 친구들의 포스트 대신 업체들의 유료 광고들이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더 이상 페이스북이 흥미롭지 않았고 그렇게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런데 최근 마케팅 쪽 일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다시 페이스북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고 지난 십 년 동안은 모르던 다른 세상이 보기이 시작했다. 초면에 악수를 청하며 친구가 되자고 말을 건네기는 힘드나 페이스북에서 만난 알 수도 있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고 친구 신청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요즘 나의 페이스북에는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친한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안 하기 때문이기도 함).

 

성별, 나이, 직업, 사는 곳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과 글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대단한 사람도, 신기한 사람도 많구나’ 싶다. 매일같이 셀카 사진을 올리는 사람, 매일같이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 꽃과 나무 사진만 올리는 사람, 직업이 뭔지 늘 여행을 다니는 사람, 음식 사진을 참 맛있게 올리는 사람 등등 내가 모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삶에 귀감이 되는 글들이나 사연을 접할 수도 있고 그들의 삶을 보며 공감하고 배우며 자극을 받기도 한다. 언제 내가 이 많은 사람들 만날 수 있겠는가…… 온라인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 분명하다.

 

얼마 전 충주시청 유튜브로 일약 스타가 된 공무원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을 때는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들뜨고 신이 났었다. 특히 내가 남긴 댓글에 그가 좋아요를 누르고 답글을 달았을 때 팬레터에 답장이라도 받은 양 기뻤었다.

 

이렇게 장점이 너무 많은 페이스북이지만 단점이 아주 없지는 않다. 첫째,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모든 것들은 사실 확인이 어렵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정보들도 많이 올라오지만 사실 여부는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무턱대고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면 별로 기분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친구 끊기나 차단을 할 수도 있지만 뭐 하여튼 모두 번거로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장시간 페이스북을 하고 있으면 남편의 볼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옆에 있는 나랑 안 놀고 또 뭘 하고 있는 거야?”

 

페이스북은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사람과 관계에 대한 서비스를 만든다고 했다. 그간 페이스북은 내게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연결 고리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주었다. 판은 깔아주었으니 그 다음부터는 나의 몫이다. 오늘도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페이스북 친구 요청에 응답하며 대여섯 명의 친구를 얻었다. 알 수도 있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이 되고 실제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이 재미난 세상이 아직도 나는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내가 알 수도 있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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