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 영원한 봄을 찾아서
06/25/18  

  1. 런던 루튼(Luton)공항에서 피렌체 페레톨라(Peretola)공항으로

5월 11일 아침,  R과 나는 10시 쯤에 에어비앤비를 나섰다. 런던 루튼 공항에서 오후 1:45에 출발하는 뷜링항공(Vueling Airline) 여객기를 타고 피렌체 페레톨라공항 (보통 FLR로 알려져 있는데 피렌체에서는 페레톨라공항으로 부른다) 으로 떠나는 일정이었다. 전날 짐은 다 싸 놓았기 때문에 아침에 실컷 자고 일어나 숙소를 깨끗이 정리하고 열쇠를 책상 위에 남긴 다음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쇼딧치 한가운데 자리한 숙소를 잡아서 나이트클럽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겨우 익숙해질 만하니 떠나게 되었다.

 

루튼공항까지 가려면 세인트 팬 크로스 스테이션(St. Pancross Station)까지 가서 테임즈링크 (Thameslink)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짐을 끌면서 튜브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우버를 불렀다. 그런데 꼬불꼬불 골목길을 돌고 교통이 막혀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바람에 그냥 튜브를 탈 걸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우버를 타고 가면서 런던 시내 구경을 하는 동안 어느새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다지 시간이 넉넉한 것 같지 않아 서둘러 기차표를 끊었다. 왕복 기차표 51 파운드. 표를 끊고 나서는 막 뛰어가며 기차에 올라 탔다. 우리가 겨우 올라 타고 몇 분 후에 곧 테임즈링크 기차는 조용하게 미끄러지듯이 런던을 벗어 났다. 실내는 쾌적하고 한산했다. R과 나는 비로소 한숨을 돌리고 편안하게 좌석에 기대 앉아 밖을 내다 보았다. 복잡한 런던을 이제 벗어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마음이 좀 여유로워지는 듯했다.

 

루튼공항까지 가는 기찻길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런던 근교 도시들이 푸른 전원 속에 꿈꾸듯 펼쳐졌다. 풀과 나무, 자연이 어찌나 푸르고 평화롭게 보이던지 다음에 영국에 오게 되면 전원도시나 시골을 여행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영국의 풍경은 정말 푸르고, 푸르고, 또 푸르다. 안개 속에 젖어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 런던의 여러 미술관에서 본 콘스터블의 풍경화에 나오는 영국의 전원 풍경과 똑같았다.

 

우리를 실은 기차는 약 한 시간 남짓 걸려 루튼공항 파크웨이(Luton Airport Parkway)까지 갔다. 거기서 내리면 공항 셔틀버스가 대기 중인데 일인당 2파운드씩 또 받는다. 여기서는 현찰만 받기 때문에 기차표를 살 때 셔틀 요금까지 미리 내면 편할 것 같았다. 셔틀에 사람들이 다 올라타니 드디어 공항으로 움직였다. 루튼공항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검색이 대단히 복잡하고 엄중했다. 아니나다를까, 내 머리에 꽂은 조그만 머리핀 때문에 엑스레이에 걸렸다. 나와서 머리를 숙이라고 하더니 손으로 일일이 머리카락을 헤집어본다! 테러의 위험 때문인지 철저히 검사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검색을 통과했다. 그 후에는 게이트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계속 안내판을 주시해야 했다. 안내판은 끊임없이 업데이트가 되면서 게이트를 알려 준다. 수십 개의 도시 이름이 떠 올랐다 사라지곤 했다. 유럽의 모든 도시로 통하는 문 같았다. 앗, 피렌체 13:45뷜링에어라인이 떠 올랐다! 게이트 12번.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게이트로 향했다. 탑승할 때 보니 승객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이륙도 하기 전에 R은 내 어깨에 기대어 곯아 떨어졌다. 안내방송과 함께 비행기는 곧 푸른 영국을 밑에 남기고 빙글빙글 돌며 하늘로 날아 올랐다. 나도 피곤했지만 피렌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서로 기대어 앉은 R과 나의 모습을 담고 싶어 셀피 몇 장을 찍었다. 피렌체는 런던보다는 따뜻하고 온화한 날씨라 베이지색 얇은 코트로 갈아 입은 내 어깨에 까만 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잠들은 R의 모습은 아직도 아기 같기만 했다. 잠시 마음이 애잔해지다가 나도 역시 어느 새 잠이 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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