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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의 풍경화 (Landscape by Moonlight c. 1635 – 40)
06/25/18  

피터 루벤스 (Peter Paul rubens 1577 – 1640)

(캔버스에 유채  117.7 cm x 90 cm 런던 코톨드 갤러리)

 

네덜란드 바로크 미술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의 생애는 길고 영화로웠다. 역사화, 종교화, 초상화, 풍경화 등을 망라한 그의 그림은 역동성 있는 화면에 화려한 색채와 넘치는 관능미를 보여주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당대 유럽의 왕족들과 귀족들이 그의 고객이었으며, 그 자신 또한 귀족 계급의 신사와 같은 대우를 받으며 부귀와 명성을 누렸다.

 

  1630년에 루벤스는 53세의 나이로 16세의 어린 신부 ‘헬렌 푸르망’과 결혼한다. 첫 부인과 사별 한지 4년 후였다. 그리고 1635년에 루벤스는 안트워프 근교에 ‘스틴’ 이라는 대 저택을 구입 해 가족과 함께 말년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 여기서 그는 헬렌과 함께 다섯 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평생 고객을 위해 그림을 그려 왔던 그는 이때 비로소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유명한 초상화 ‘밀짚 모자’ 같은 걸작도 이때 나왔으며 여기 이 ‘달빛 속의 풍경화’도 그 당시에 나온 그림이다.

 

런던 코톨드 갤러리에서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보아서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아우라가 그림을 감싸고 있었다. 사진에는 좀 부옇게 나오는데 실제 그림은 상당히 어둡다. 어둠 속의 검은 숲과 밤하늘을 그렸기 때문에 어두운 것이 당연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거의 숨막힐 정도로 경이롭고 아름답다. 달과 별이 밤 하늘을 가득 메우고, 그 찬란한 빛이 물 위에 반사되어 화면 전체를 보석처럼 밝혀 주는데 이 세상 모습이 아닌 듯 신비롭기 까지 했다.

 

사실 이 그림은 우리가 아는 세상의 모습이 아니다. 이 풍경은 17세기 유럽의 밤하늘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 풍경의 시간과 공간을 비추던 빛은 이미 4백년 전에 지구를 떠나 우주의 밖으로 뻗어 나갔다. 루벤스는 천문학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 그림 속에 하늘을 묘사할 때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천문학적 지식을 동원했다고 한다. 후대의 천문학자들은 이 그림 속에서 오리온, 카시오페아, 스콜피온 자리 등을 식별해내기도 했다. 같은 계절에 나타날 수 없는 별자리들이 한꺼번에 그려져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정확하진 않지만, 루벤스가 이 그림을 5년에 걸쳐 그렸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그가 그 세월 동안 지켜 본 밤하늘이 이 그림 속에 다 들어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실제로 보면 이 풍경화는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고 선명하다. 마치 갤러리의 벽에 조그만 창을 내고 시공을 초월해 17세기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 앞에 서서 오랫동안 그림을 들여다 보며 이 작품은 ‘루벤스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이 평생 동안 보아 온 세상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기록하기 위해 그린 작별의 그림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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