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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노르웨이 여행기_37. 아무리 피곤해도 저녁은 먹어야 한다
11/16/20  

베르겐에 도착한 것은 5시가 넘어서였다. 하루 동안 강행군에 지친 관광객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사라진 기차역 건물을 나오니 바깥에는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가져 왔던 우산은 어디다 두고 내렸는지 잃어버린 지가 한참 되어서 나는 방수 코트 후드를 푹 뒤집어 쓰고 호텔로 향했다. 아침에 왔던 대로 한적한 스트룀가튼 길을 지나 구불구불한 킹 오스카 게이트 길을 되돌아 걸어갔다.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적당히 내리는 빗속에 천천히 걸어 가려니 몸은 무척 피곤했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비를 찾아 베르겐에 왔더니 정말 원없이 비를 맞는구나! 행복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나는 어둠 속에 혼자 웃으면서 열심히 걸어 호텔에 도착했다.

 

3층 황금빛 객실로 돌아왔다. 마치 원래부터 내 방이었던 것처럼 정답기 짝이 없다. 따뜻하고 아늑한 방이 너무 편안해서 그냥 씻고 침대 속에 들어가 자고 싶었다.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는데 체력을 심하게 소모하면 안 된다. 대충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 맛있는 것으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레스토랑 검색 결과 두 군데가 마음에 들었다. 하나는 ‘1877’이라는 번호가 레스토랑 이름이고 모던 노르웨이 음식을 선보인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전통 노르웨이 음식으로 베르겐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엔요르닝겐(Enhjorningen)’ 이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어차피 예약은 못 했고 둘 다 걸어서 3분, 10 분 거리에 있으니 그냥 가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1877’은 호텔에서 나와 왼쪽으로 딱 3분 걸어가니 나왔다. 건물도 멋있고 인테리어도 정말 근사 했지만 아쉽게도 12월 24일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나는 그대로 방향을 돌려 브뤼겐 지구에 있는 ‘엔요르닝겐’ 으로 걸어 갔다. 브뤼겐 목조 건물 골목에 있다는데 도착해서 보니 밤비가 내리는 골목은 으슥하고 조용해서 정말 여기에 레스토랑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이층에 유니콘이 그려져 있는 레스토랑 간판이 보였다. 하도 좁아서 위태롭게 느껴지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 역시 유니콘이 그려진 빨간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 본다. 삐걱거리는 나무 마루에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낮은 천장, 옛날 가구와 그림들이 가득 들어찬 작은 홀이 나왔다. 너무나 고풍스런 실내 풍경이라 19세기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손님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가만히 서 있으려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얀 셔츠에 나비 넥타이를 맨 중년 남자가 가까이 왔다. 어떻게 오셨는지 물어본다. 어떻게 오다니! 나는 예약은 못 했지만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니저인 듯한 남자는 노르웨이 액센트가 섞인 유창한 영어로 오늘 저녁은 예약이 다 차 있다고 한다. 내가 난감한 표정을 보이자 입구에 있는 컴퓨터로 뭔가 찾아 보더니 저녁 식사를 모실 수 없는 것이 유감이지만 원하신다면 아래층 자매 레스토랑 ‘토 코케(To Kokker)’ 에 테이블이 있으니 그리로 가 식사를 하시면 어떻겠냐고 정중히 물었다. 나는 그러겠다고 말하고 내일은 이 레스토랑에 예약이 가능하냐고 물어 보았다. 분위기가 너무 구식이고 고풍스러워 전통 노르웨이 식당을 제대로 찾아 왔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음 날 저녁 예약을 잡아 주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아래층 자매 레스토랑 ‘토 코케’ 로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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