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피렌체 도착
07/02/18  

정신없이 자다가 비행기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해서 눈을 떴다.  비행기는 어느새 피렌체 상공 위를 날고 있었다. 창문으로 내려다 보니 완만한 곡선의 부드러운 토스카나(Tuscany) 지역 풍경이 펼쳐져 있고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River Arno)이 가느다란 은빛 실 줄기처럼 보였다. 저 아르노 강변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강물 위를 나르는 흰 새를 보며 꿈을 꾸었다. 인간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쇠로 만든 날개를 상상했다. 그로부터 5백 년 후, 쇠로 만든 거대한 새라고 할 수 있는 비행기가 온 세계의 사람들을 태우고 아르노강 위를 통과해 하루에도 수백 대씩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홈 타운 피렌체로 날아 들고 있다. 아르노강을 내려다 보며 다빈치를 생각해 볼 때, 인간 상상력의 위대함을 그 순간처럼 확실하게 실감해 본 적이 없었다.

 

안내 방송이 짧게 끝나고 비행기는 착륙 준비에 들어 갔다. 피렌체 상공을 둥그렇게 도는 것 같더니 곧장 내려간다. 빠르게 내려 앉아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 창문으로 피렌체의 첫 모습을 보았다. 공항은 생각보다 작은 편이고 시설도 소박한 것 같아 보인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마자 사람들은 짐을 들고 순식간에 나가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나오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트랩에서 내려 공항 건물로 향하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부지런히 걸었다.

 

피렌체공항은 조그맣고 부산스러웠다. 각 도시에서 몰려 든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하자, 공항 직원들이 교통정리를 하는데 두서가 없어 보였다. 짐을 찾아 입국 수속을 하러 갔을 때는 더 복잡했다. 줄을 어떻게 서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중구난방 여러 줄을 이루다가, 한꺼번에 몰려 서다가, 공항 직원들이 나와서 또 소리를 지르다가, 영문을 모를 정도로 무질서했다. 입국 수속 심사관은 하도 관광객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패스포트도 보는 둥 마는 둥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좀 건성인 것 같았다.

 

어쨌든 우리는 입국 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공항 로비로 나서게 되었다. 공식적으로 이탈리아 땅을 밟았다. 드디어 피렌체다. 그런데 로비는 아주 작고 역시 사람들이 와글거리고 어수선했다. 나는 무심코 R에게 ‘이제 이탈리아에 왔으니 소매치기를 조심 해야겠지?’ 하고 말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허둥지둥 비행기에서 내린데다 입국수속장에서 시달려서 그런지 R은 신경질이 나는가 보았다. “엄마, 괜찮아! 그거 다 선입견이야.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  ‘하긴, 순수한 어린 아이들은 세상을 믿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엄마가 귀찮겠지.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R과 함께 로비를 나와 택시 타는 곳으로 가 줄을 섰다. 택시를 타고 숙소 에어 비앤 비로 찾아 가야 한다.  자그마한 이탈리아 택시들이 쉴 새 없이 공항으로 들어 오고 나갔다.

 

우리 차례가 되자 조그만 파란 택시가 와서 섰다. 그 며칠 새 피부색이 희고 키가 큰 영국 남자들을 많이 보다가 중키에 가무잡잡한 이탈리아 운전기사 아저씨를 보니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우리가 숙소 주소 ‘Via De Barbadori 3’를 말해 주니 뭐라고 이탈리아어로 떠들썩하게 말하는데 당연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우리가 잘 못 알아듣는 눈치를 보이니까 ‘알로라 (Allora)!’ 라고 탄식같은 소리를 내더니 서투른 영어로 뭐라고 말한다. 아마 ‘타운 한 가운데 있는 주소’라는 말인 것 같다고 R이 통역(?)을 했다.

 

이탈리아 기사가 운전하는 파란 택시는 우리를 싣고 공항을 나와 피렌체 중심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피렌체 변두리의 첫 인상은 좀 낡고 지저분하다는 느낌. 좀 허름한 중소도시 같은 느낌이랄까? 길가 빌 보드에 여기저기 란제리 선전을 하는 여자 모델들의 사진이 많았는데 키가 크고 금발에 마른 체격의 북구 모델에 비해 자그맣지만 육감적이고 도발적인 느낌의 외모가 대부분인 것이 재미있었다. 옛날 이탈리아 육체파 여배우 소피아 로렌같은 분위기. ‘확실히 이탈리아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대가 부풀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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