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홈으로 종교
인연이 강하면 끌림이 강하다
01/25/21  

홍콩의 어느 사원에 주련이 한 쌍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 문장은 “부처시연(夫妻是緣),유선연유악연(有善緣有惡緣), 원원상보(怨鴛相報) 아녀시채(兒女是債), 유토채유환채(維吐債宥還債),무채불래(無債不來)” 이다.

 

의미를 살펴보면, “부부는 인연이 있어야 만나게 된다. 선한 인연도 있고 악한 인연도 있다. 악한 인연의 원수끼리 서로서로 보복을 한다. 아들딸은 빚이 있어야 만나게 된다. 갚아야 할 빚도 있고 받아야 할 빚도 있다. 빚이 없으면 찾아올 인연이 없다.”는 의미이다.

 

경문을 보자.

“처자식이 마주할 때면 중생들이 원수거나 친하거나 평등하게 대하고 애착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기를 발원해야 한다.” ‘인연이 있어야 만난다’는 말은 현재생의 인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부는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만나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지역 환경에서 성장하여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는 친족만큼 혹은 그보다 더 깊은 사이가 된다. 그런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부처님은 사람들이 특히, 가족은 과거생의 깊은 인연이 없이는 맺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생의 깊은 인연은 선한 인연일 수도 있고 악한 인연일 수도 있다. 어느 인연이든지 과거 생에 우리가 맺은 인연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다음 생으로 넘어갈 때 기억은 사라지고 업력만 남아서 그 업력을 따라 윤회한다. 그리고 다음 생에서 그 업력의 끌림에 따라 인연을 맺고 과거 생에 지은 업의 대가를 요구하거나 지불하게 된다. 이 때 가장 강한 인연이 부부와 부모자식의 관계로 만나게된다. 부부와 부모자식의 관계로 만나 사이가 좋다면 그들은 과거 생에 서로에게 은혜와 이익을 끼치며 살았을 것이다. 과거에 받은 은혜와 이익이 있으면 기억은 사라져도 업력은 남아서 좋게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나게 되어 있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생에서 복을 받는다는 것은 과거의 생에서 많은 복을 지었다는 말이다. 다음 생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생을 기회로 삼아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지어야 한다. 과거 생에 악한 인연도 지었다면 이번 생에 악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과거생에 원한을 맺은 사람과 처음 인연을 맺을 때 매우 강한 끌림 현상이 발생한다. 인연이 강하면 끌림이 강하다.

살아가면서 상대가 성의를 보여도 고맙지도 않고 괜히 트집을 잡게 된다. 상대를 괴롭게 하면서 자신도 고통을 받는데 그런 자신의 행위를 멈출 수가 없다. 악한 인연을 만나더라도 우리는 어떻게든 선한 인연으로 돌려야 한다. 이런 상태에선 지혜로운 안내가 필요하다.

 

자신이 과거 업의 꼭두각시가 되어 원인도 모르게 사람을 미워하고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족의 일원을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의 악업을 참회하고 새로운 선업을 짓기 위해 발원을 한다.

“내가 당신을 향하여 악심을 일으키고 당신이 나를 향하여 악심을 일으키는 것은 모두 과거 생의 업연에 의한 것이다. 과거 생에 서로에게 악한 해를 끼친 악업의 결과로, 지금 기억은 사라져도 업력은 남아서 서로를 괴롭히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업의 영향으로 우리를 서로 괴롭히고 싶지 않다. 나도 과거 생에 당신을 괴롭혔을 것이고 당신도 과거 생에 나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에게서 악한 마음이 일어나면 나는 이와 같이 참회하겠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악한 마음을 참회하며 과거 생의 당신의 악행을 용서한다. 더 이상 업력의 꼭두각시가 되어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다. 당신도 같은 방법으로 나를 용서하고 용납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는 최선을 다하여 당신과 은혜로운 인연 관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렇게 애증 관계의 부부는 서로 참회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애증이란 번뇌를 넘어 잘못된 삶을 수정하고 고치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그 지혜로운 삶의 방법을 매일 꾸준하게 연습하여 익숙하게 만들어 가는 행위가 수행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서로 원한은 녹이고 은혜는 늘려나가는 확장된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발원하자.

 

도암 스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