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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비노 공작과 공작 부인 (The Duke and Duchess of Urbino c. 1465-1472)
07/09/18  

피에로 델라 프란세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15 – 1492)

(목판에 템페라47 cm x 66 cm 이탈리아 플로렌스 우피찌 갤러리)

  

2017년에 아카데미상 5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고 골든글로브상에서는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영화가 있다. 레이디 버드(Lady Bird). 아일랜드 출신 영화배우 소샤 로난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그 여배우가 오른쪽 옆 얼굴을 보이도록 제작된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이 포스터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상화 ‘우르비노 공작과 공작부인’을 패러디한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Federico da Montefeltro) 우르비노 공작은 1444년부터 죽을 때까지 우르비노 공국을 다스렸다. 이탈리아에서 바티칸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평가되는 대 도서관을 설립했으며 르네상스 미술을 적극 후원했고, 전쟁에 나가서는 무적 무패를 자랑하는 훌륭한 무사이기도 했다. 공작부인 바티스타는 공작의 두 번째 부인으로 공작과 사이가 매우 좋았으나 안타깝게도 두 번째 아이를 낳다가 난산으로 사망했다.

 

르네상스 대가 피에로 델라 프란세스카가 목판에 템페라로 정교하게 그린 이들의 초상화는 두 개의 목판이 나란히 보이도록 제작되었는데 서로 마주보고 있는 구성이 특이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는 인물의 오른쪽 옆 얼굴을 그리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우르비노 공작의 오른쪽 얼굴은 전쟁에서 입은 부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온전한 왼쪽 얼굴을 그리다 보니 부부가 서로 마주보는 구성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구성은 오히려 부부애와 부부의 신뢰를  표현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림이 완성된 해, 26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공작부인은 르네상스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넓고 높은 이마가 눈에 띈다. 당시에는 시원하게 까진 이마가 미의 기준으로 평가되어 여성들이 일부러 앞머리를 뽑아 훤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공작 부부가 마주 보고 있는 그림의 배경은 그들이 다스린 우르비노 공국의 풍경이었을 것이다. 마치 새가 위에서 내려다 보듯 조망도로 그려서 하늘을 찌르는 그들의 지위와 권력을 암시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초상화로 꼽히는 이 그림은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레이디 버드’의 포스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대마다 곳곳에 이 그림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플로렌스 우피찌 갤러리에서 이 초상화를 보고 나와 길을 걷다가 어느 골목에서 본 벽화였는데, 보통 수준을 넘는 그림 솜씨였다. 공작과 공작 부인이 잠수경을 쓰고 물 속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그림이었다. 르네상스의 전통과 현대 감각이 절묘하게 이루어진 ‘작품’이어서 감탄을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우피찌갤러리의 진품과 골목 벽화, 그리고 ‘레이디 버드’의 영화 포스터까지 걸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영원히 사랑받고, 아껴지고, 또한 끝없이 복제된다.

 

김 동백

▲ ‘레이디 버드’의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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