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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다 쿰(마르 5,21-43)
03/22/21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죽은 소녀를 다시 살리신 장면은 아주 극적입니다. 사람들은 소녀가 죽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이 생각할 때 세상 없는 '예수'라 해도 죽은 자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죽은 소녀의 아버지에게 그저 "걱정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씀 한마디로 소녀를 살려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마귀에게 호령하시니 마귀가 도망치며 바다에게 명하시니까 바다가 잠잠해집니다. 12년 동안 하혈증으로 고생하던 여자가 단지 예수님의 옷을 만졌을 뿐인데 병이 나았습니다. 자연 법칙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로 일어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수야말로 실로 생사를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본래 생명을 창조하셨습니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께 속해 있으며 하느님 안에는 언제나 살아 있는 생명이 있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실 때도 하느님은 죽음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인간의 범죄로 인하여 세상에 죽음이 왔습니다. 따라서 생명이 하느님의 작품이라면 죽음은 인간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오늘 1독서에 보면 악마의 시기 때문에 세상에 죽음이 왔다고 전합니다.

 

죽음은 실로 악마의 시기의 결과요 또한 인간 범죄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한번 죄에 떨어진 인간은 영원히 구제불능이었습니다. 인간은 이처럼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만들었지만 그러나 다시 소생 할 수 있는 문은 영원히 닫아 버렸습니다. 인간은 그래서 죽음이 얼마나 큰 절망인 줄도 모르면서 절망에 빠졌던 것입니다.

 

세상은 이제 단 1%의 희망도 없었습니다. 악마의 승리는 아무도 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이 악마의 세력으로 인해 영원히 죽어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졌으니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분은 실로 세상을 죄와 고통과 병과 그리고 죽음에서 건져 주셨습니다. 그래서 기세가 당당하던 죽음의 세력은 이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간의 미래에 절망은 없습니다. 아무리 죄가 크고 또 그 죄가 아무리 많다 해도 예수님 앞에는 항상 희망이 있습니다. 어떤 시련과 고통도 마찬가지요 죽음 역시 마찬가집니다. 거기가 지옥만 아니라면 세상은 희망이 있으며 인간에게는 항시 구원의 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 말씀대로 걱정하지 말고 믿어야 합니다.

 

사실, 믿음보다 더 좋은 것이 없습니다. 믿음은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밝혀 주며 가난한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 줍니다. 하느님은 전능하신 분이요 무엇이나 가능하신 분인데 우리는 단지 믿음이라는 신앙을 통하여 하느님의 능력을 만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회당장은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요 또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한 사람이 예수라는 어정쩡한 시골 사람 앞에 와서 통사정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창피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회당장은 딸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딸이 이젠 죽었으니 다 틀렸다고 전했을 때도 예수님의 말씀대로 믿었습니다. 완전한 절망 속에서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딸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하혈증을 가진 여자도 마찬가집니다. 병 자체도 어디다 드러내 놓고 말할 수도 없는 부끄러운 병이었고 또 무려 12년 동안이나 앓으면서 가산만 탕진했던 여자였습니다. 세상에 희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는 체면 불구하고 그에게 다가가 옷을 만집니다. 자기 분수에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기는 어려우니까 염치 불구하고 옷이라도 만져 봅니다. 그렇게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치유받았습니다.

 

우리가 고통과 죄와 여러 가지 질곡에서 구원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악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의 믿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믿지는 않고 걱정만 많으며 매달리기도 전에 실망부터 합니다. 그러니까 삶 자체가 죽어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대로 걱정하지 말고 믿어야 합니다. 믿으면 언제 어느 때고 벌떡 일어설 수 있습니다.

 

"탈리다 쿰." 바로 우리에게 하시는 주님의 말씀이요 명령입니다.

 

 강길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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