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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있는 숲속 덤불 (Undergrowth with Two Figures c. 1890)
04/05/21  

빈센트 반 고호 (Vincent Van Gogh 1853 – 1890)

(캔버스에 유채 49.5 cm x 99.7 cm 신시내티 미술관)

 

 

  1890년 5월에 빈센트 반 고흐는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나와 파리 북쪽에 있는 오베르-쉬르-와즈라는 시골에 도착했다. 두 달 후, 7월 27일에 그는 권총으로 자신을 쏘았고 이틀 후에 사망했다. 그 후로 빈센트 반 고흐의 이미지는 ‘정신병에 걸려 자살한 천재 화가’로 굳어졌는데 고흐 자신도 정신병이 악화될수록 그 사이에 때때로 찾아 오는 명징한 정신 상태 속에서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고흐는 오베르에 두 달 남짓 머무는 동안 거의 하루에 캔버스 하나씩을 그려 그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그림이 이 시기에 나왔다.

 

  ‘두 사람이 있는 숲속 덤불’은 6월 말에서 7월 초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평생 그를 후원했던 동생 테오에게 1890년 6월 30일 날짜로 보내는 편지 속에 고흐는 ‘수직으로 그려진 기둥같은 보라색 포플라 나무들’을 언급했고 또 ‘숲속 덤불의 바닥은 파란색이고 큰 나무 밑에는 하얀색, 장미색, 노란색, 초록색 꽃들과 함께 풀들이 만발한다’고 썼다.

 

  고흐는 그림 속 나무와 풀, 꽃 등을 설명하면서 그림 중앙에 그려진 두 남녀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미술 비평가들은 두 남녀의 존재가 숲속 식물 속에 깃든 비옥한 자연의 다산성을 암시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유럽의 숲속이 어떤 모습인지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소설 속 묘사나 영화 속 장면 등으로 미루어 상상해 볼 뿐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시골의 숲속은 고흐가 그린 이 그림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그림은 단순한 숲속 풍경화로 다가오지 않는다.

 

  가로로 펼쳐진 화면에 하늘이 막힌 채 수직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포플러 나무들. 감옥같은 그 나무들 사이로 걷고 있는 두 남녀는 마치 숲속에 영원히 갇혀 있는 듯 박제된 모습이다. 강박적 붓질로 그려나간 그림 속 어디에도 밖으로 나가는 길은 없다. 빈틈없이 그려진 이 그림 속에 화가는 무의식적으로 탈출구 없는 자신의 상태를 드러낸 것일까? 보라색 포플러 나무들 사이로 출렁이는 녹색 덤불 속에 터져 나오는 영혼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여 이 아름다운 그림을 깊은 연민 속에 보게 된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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