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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묘 (Getty Tomb c. 1959)
07/18/18  

프랭크 스텔라 (1936 -  )

(캔버스에 검정 에나멜  213.36 cm x 243.84 cm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1980년대 로스엔젤레스는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역동적인 기운이 충만하던 시절이었다. 유럽에서 신추상표현주의 미술이 밀려 왔고, 영화관마다 예술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으며, 뉴웨이브 음악이 온 도시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미술 학도들은 일본 타운에 있는 현대 미술관(MOCA)과 로스엔젤레스카운티 미술관 등 도시 전역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회에 부지런히 드나들며 꿈을 키웠는데, 그들의 포부와 꿈에 찬 물을 끼얹곤 하던 미국 화가가 프랭크 스텔라였다.

 

메사추세츠주 태생 프랭크 스텔라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세대 화가였지만, 그 시대 그의 작품은 간결한 화면에 무채색이나 원색으로 기하학적 줄무늬를 그려 놓은 ‘특이한’ 형상이었다. 그의 그림 철학은 그림이란 어떤 소재나 주제를 나타낸 묘사가 아니고, 그저 평평한 화면에 물감을 칠해 놓은  ‘물건’ 이라는 것이었다.  그 시대에 탄생한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이 검은 줄무늬 그림이다.

 

1980년대에 이미 대가로 알려진 스텔라는 더 이상 캔버스에 줄무늬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쓰레기 장에서 주워 온 것 같은 플라스틱과 양철 판 등 여러 가지 공업 재질에 색칠하고 기하학적인 형상으로 오려서 초대형 설치 작품을 ‘생산’ 하고 있었다. 작품의 규모상 공장 같은 작업실에서 조수들이 스텔라의 디자인에 따라 작품을 만들어 냈는데, 그 일하는 방식이 마치 중세나 바로크 시대 거장들이 공방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상업적으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어 작품마다 거액에 팔려나가고 있었으니 갓 시작한 미술학도들에게 그는 머나 먼 하늘에 별 같은 작가였고, 자신감을 마구 꺾어 버리는 괴물 같은 작가였다. 

 

전시장에 걸린 그의 설치 작품을 보며  솔직히 ‘쓰레기 조각’ 같다는 생각을 은밀하게 마음에 품고, 그렇게 요란스럽고 게걸스런 작품들이 왜 ‘걸작’ 으로 평가 받아야하는지를 머리가 터지도록 생각해 보다가 항상 돌아가서 들여다 보던 작품이 이 ‘게티 묘’ 그림이다.

 

‘네모난 캔버스에 검정 에나멜로 줄 무늬를 그려 놓은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그의 말대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이 그저 한 조각의 물건에 불과한 대상에 우리는 온갖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려고 있다는 깨달음이 오곤 했다. 그 추상적인 사고방식을 생략해 버리고 물건을 물건으로 보고 마음대로 다루는 그의 솔직함과 대담함이 바로 그의 저력이구나라고 감탄하며 뭔가 자유로운 마음으로 돌아서던 기억이 난다.

 

김 동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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