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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당 도깨비
06/01/21  

염불 기도만을 10년간 계속해 온 보살이 있었습니다. 전국의 대소사찰을 찾아 다니며 백일기도에도 동참하고 집안에도 기도실을 마련, 관세음보살님을 봉안하고 하루 세 번씩 정진하며 수선 안거철이면 수행하는 스님들 공양을 지어드리고 공덕을 짓겠다고 집을 나섰고 대소 불사에 권선 화주하는데 아주 열성인 보살이었습니다. 겉으로 나타나기는 신심이 깊고 수행력이 많은 지극한 불자이지만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이기적인 마음과 고집 또 불같은 성격 때문에 원만한 대인관계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 도반이 그 보살의 잘못된 신심을 고쳐 볼까 하여 그 보살이 기도하는 법당을 찾았습니다. 법당에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정진성과 함께 구슬땀이 흐르는 것을 씻을 새도 없이 절을 하는 보살을 보았습니다. 도반은 법당 문을 두드리며 “보살님! 보살님!” 하고 불렀습니다. 기도 시간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 보살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 관세음보살을 계속 부르며 절만 하였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절만 하는 그 보살의 뒤에 대고 도반은 더 큰소리로 “보살님!”하고 불렀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보살은 염불을 그치고 법당 밖의 도반에게 화를 벌컥 냈습니다.

”왜 보살님은 남의 기도시간에 내 이름을 그렇게 불러 댑니까?” 도반은 웃으며 “보살님 내가 보살님 이름을 10분간 불렀는데 보살님은 그 정도에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그러면 생각해 보십시오. 보살님이 관세음 보살님을 10년간이나 불러댔으니 관세음보살님이 얼마나 힘이 드셨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마음 공부를 위해 염불하고 참선을 하지만 이기심이 바탕이 된 신앙과 수행은 자신의 업만 두텁게 할 뿐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이란 자비와 구원의 화신을 일컫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치심은 자신의 구원으로부터 출발하여 세상을 향한 크나큰 사랑으로 조건없이 베풀어지는 것이므로 무연자비라고 합니다. 우리 불자들이 관세음보살을 칭명함은 적게는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평안을 위하지만 부처님의 본원을 온갖 생령들 속에서 실현코자하는 회향의 크고 넓은 마음으로 쓰여 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때에는 단순히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관세음이라는 위대한 정신을 한갖 자신의 장엄물로 삼으려는 소아적인 발상에 그치고 말게 됩니다.

절에 10년 아니라 30년, 평생을 다녔더라도 관세음을 부르는 우리들의 마음이 관세음의 마음으로 변형되어 가지 못하고 여전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충만하여 겉으로 짓는 상과 신심은 정신과 시간을 허비할 뿐입니다. 비록 단 한번을 염불하고 단 한번을 절할지언정 관세음의 마음으로 간절하게 일념이 만년되게 정진함이 진정한 불자의 기도입니다.

 

큰절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열반당 도깨비’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듣기에는 열반에 이를 정도의 신행을 잘한 분을 일컫는 것 같아도 그 진짜 뜻은 이렇습니다.

수십 년 절에 다녀 절에 행사나 염불 기도 등은 열심히 하지만 그 마음을 부처요, 보살의 마음으로 바꾸지 못하고 어느 일에나 나서면서 사중과 대중들의 흉허물을 들춰 내어 분란과 시비의 일을 만들어 내는 보살이나 불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부처님께서도 흉이나 허물은 쓸어 덮어주고 오히려 사랑과 자비의 손길로 덜 깨인 제자들을 이끄신 것을 우리는 주리반특가나 라훌라 난타 등의 예화에서 봅니다.

좀 부족한 제자일망정 부모가 못난 아들 아끼듯 더욱 따뜻하게 감싸고 보살필 때 본성 속에 숨어있는 지혜와 자비의 싹이 움터 나와 온전한 사람보다 더 뛰어난 성취를 이룬 이들이 그들이지요.


불자라고 하면 부처님의 아들과 딸이거나 제자라는 뜻을 가리킵니다. 이 몸은 부정모혈을 빌어 나왔을 망정 수계를 받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면 그것을 가리켜 진리의 아들, 법의 계승자라 하는 것이지요.

한번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 봅시다. 나 자신의 참 가치가 진정한 법의 계승자요 진리의 아들 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확연하게 다가 온다면 그 기쁨 즉 법희 선열 속에서의 삶 또한 안정과 행복이 약속된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법의 삶이 되도록 함에는 부단한 정진과 노력이 함께 요구 됩니다.

 

무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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