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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땅인가?(마태 13,1-23 (가))
06/07/21  

술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사는 우리 본당의 ㅎ 자매님은 예수님과 남편의 닮은 점을 이렇게 비유했다. ①주(主酒)님을 모시고 산다. ②공치사를 매우 싫어한다. ③나더러 늘 깨어 기다리라 한다. ④주일만 되면 나를 잡아끈다. ⑤나를 따르려면 종이 되라 한다. 때론 벗이라고 하지만. 참 재미있고도 의미 있는 생활 속의 비유 이야기이지 않는가,

  

신약성서 공관 복음(마태오 마르코, 루가)에는 약 40개의 ‘비유'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 중 마태오복음 13장은 전체가 하느님 나라에 관한 비유 이야기이며, 씨 뿌리는 사람, 겨자씨, 밀밭의 가라지, 누룩, 보물, 진주, 그물의 비유 등 7개의 비유 이야기가 들어 있다.

‘비유(Parable)'란 말은 비교(比較), 병립(竝立), 수수께끼의 뜻을 지닌 희랍말 ’빠라볼레'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비유 이야기 속에는 항상 두가지 사실이 병립되고 있다, 즉 사람의 일상생활이나 자연의 어떤 사실과 종교적 신비나 교훈이 병립되고 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오늘 연중 제15주일, 오늘의 복음 말씀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이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습니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또 어떤 것은 돌밭과 가시덤불에,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 비유를 병립시켜보면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님이고,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밭(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은 사람의 마음이다. 이 비유 이야기는 나의 신앙 생활에 어떤 반성과 교훈을 주고 있을까? 그렇다. 길바닥에 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나의 편견이나 고집으로 마음이 폐쇄되어 하느님의 말씀이 들어 올 틈이 없게 되는 경우이다. 피정이나 신자 교육은 '그것쯤'이 되어, 말씀을 들을 기회 마저도 빼앗긴 메마른 상태인데, 그것도 모르는 경우이다. 그래서 신앙생활은 무미건조해서 사막을 걷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돌밭에 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한번 열성을 내다가 곧 식어버리는 경우이다. 나를 알아주고 대우해주고 챙겨주는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계시면 열심이고, 그렇지 않으면 시들해지는 경우이다. 그래서 신앙생활은 취미나 장식품으로 치부되는 경우이다.

가시덤불에 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너무 잡다한 것에 분주하여 하느님을 늘 뒷전에 두는 경우이다. 재미있다는 것, 유익하다는 것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하며, 또 재미로 미신이나 점보는 곳에 흥미를 갖거나 따라가는 경우이다, 반면 어쩌다 한 선행에는 공치사가 따른다.

  

오늘 비유 말씀의 핵심인 ‘씨'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생활 속에서 ’씨'를 깊이 묵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씨앗은 아주 조그맣다. 하늘나라의 말씀이 당초에는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것을 뜻한다. 씨는 작고 주름지고 못생겼다. 잘 모르는 사람은 쓸모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느님 말씀을 듣는 사람이 그 안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모를 때에는 그 말씀은 쓸모 없게 여겨질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실한 씨앗이었기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 추수 때 보면, 모든 씨앗이 다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좋은 씨앗, 알차고 실한 씨앗만이 열매를 맺는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처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려면 우리도 그리스도 같은 씨앗이 되어야 한다. 죽은 씨앗, 쭉정이라면 부활을 못할 것이다,

 

씨앗이 열매 맺으려면

씨앗이 열매를 맺으려면 반드시 땅에 묻혀 죽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씨앗이다. 요즘은 우리의 속 마음과 생각은 산과 바다로 달려가고, 휴가와 놀이 계획으로 분주해 있는데, 예수님은 씨 뿌리고, 애써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그렇다. 예수님은 이 비유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마음 밭을 갈아엎고 있다.

 

좋은 밭은 놀리거나 묵히는 밭이 아니라 갈아엎어 결실을 준비하는 밭이다. 우리 본당의 ㅎ 자매님은 예수님 닮은 남편을 위해 늦게까지 깨어 기다리기도 하고, 시중드는 종뿐만 아니라 간호사가 되기도 하며, 그 방면의 도사가 되어 좋은 기정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산과 바다의 이 여름에도, 아침 저녁기도 주일미사, 성서를 읽는 신앙생활의 리듬을 잃지 않는 좋은 땅의 넉넉함을 간직하면 어떨까?

 

김현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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