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여행
홈으로 그림여행
여행자들, 알래스카 (Voyagers, Alaska c. 1929-23)
07/30/18  

록웰 켄트(Rockwell Kent  1882 – 1971)

(캔버스에 유채 28 inches x 44 inches 페어 뱅크스, 알래스카 대학 미술관)

 

 뉴욕주 태생 미국 화가 록웰 켄트는 이름이 또 다른 미국 화가 노먼 록웰과 비슷해서 사람들이 착각을 일으키는 바람에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이름이 일으킨 혼돈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철학 때문에 정치적 탄압도 심하게 받았다. 헨리 소로우와 허먼 멜빌의 작품에 심취하여 은둔자의 삶을 지향했고,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의 자본주의에 저항하며 당시 소련에 가서 전시회를 여는 등 사회주의적인 행동과 발언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산당 색출 운동 ‘맥카시즘’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으며 미국 여권이 말소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을 살펴보면 화가라기보다는 정치가나 혁명가 같은 면모를 보이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면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들이 많다. 단순하고 뚜렷한 선이 화면을 분할하고 강렬한 색채가 선명한 매우 현대적인 작품들인데, 그의 철학이 분명했던 것처럼 그림도 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여행자들, 알래스카’ 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그다지 크지 않은 작품이지만  화면 속에 들어 있는 이미지는 웅장하고 광활하다. 록웰 켄트는 실제로 알래스카에 가서 살며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 그림은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그가 또 한동안 살았던 그린 랜 (Greenland) 에 대한 그림이기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빙하가 보이는 망망한 바다에 멀리 범선이 보이고 이쪽 범선에는 나체의 남자들이 세 명 보인다. 그들은 먼 수평선을 보고 있는데 빙하 사이로 하얗게 보이는 그 곳에는 어떠한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까? 흰 고래를 잡으러 바다를 떠도는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를 연상하게도 하는 이 푸른 그림은 마치 이 항해자 들의 수호신처럼 하늘에 떠서 밑을 내려다 보고 있는 나신 때문에 더욱 신화적이고 신비로워진다.  

 

그림 전체에는 엄숙함과 고요함, 그리고 영적이기까지 한 분위기가 흐른다. 광대한 자연 속을 방랑하며 이상적인 세계를 찾아 헤맸던 인간이 그린 그림. 거친 자연 속에 은둔자같이 살며,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던 한 독특한 예술가의 혼이 푸른 하늘과 짙푸른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것만 같다.  

 

 김 동백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