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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The Dream c. 1955)
09/13/21  

발튀스 (Balthus. Balthazar Klossowski de Rola 1908 – 2001)

(캔버스에 유채  162 cm x 130 cm  개인 소장품)

 

 

  프랑스 화가 발튀스는 자신의 그림 스타일이 ‘고전주의’와 ‘사실주의’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비평가들은 그의 그림이 ‘조잡하다’고 혹평했다. 독학으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의 그림을 모사하고 연구했던 발튀스에게 그들의 악평은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발튀스는 초창기의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개발해 나갔다.

 

  풍경화, 역사화, 초상화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그림을 그린 발튀스의 작품 세계는 대개 20세기 초 미술에 등장한 초현실주의로 분류된다. 그의 그림 대부분이 마치 꿈꾸는 듯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으며 상상력의 발현같은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넘치기 때문이다.

 

  따뜻하면서 어쩐지 환상적인 이 그림 속에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군청색 밤하늘 같은 색깔의 소파 위에 젊은 여인이 잠들어 있다. 그녀의 풀어 헤쳐진 녹색 블라우스와 양옆으로 벌어진 두 다리가 모든 경계심을 풀고 깊은 잠에 빠진 그녀의 무방비 상태를 말해 준다. 그녀는 소파에 누워 있지만 마치 공중에 부양되어 있는 듯이 보이고 방안의 가구와 물건들도 마치 사라져 버리는 듯 엷게 그려져 있다. 잠으로 빠져 든 그녀의 세계는 현실의 세계 밖에 존재하는 듯 가볍고 투명하다.

 

  화면의 오른쪽에서 발뒤꿈치를 살며시 들고 걸어 오는 또 한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왼손은 활짝 펴서 손바닥이 보이고 오른손에는 한 송이 꽃을 들었다. 금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걸어 오는 듯한 그녀의 얼굴은 환한 빛으로 밝혀져 있다. 발튀스는 이 여인이 잠들어 있는 젊은 여인을 내려다 보는 현실 속의 인물인지, 아니면 젊은 여인이 꾸고 있는 꿈속의 인물인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상상은 관객의 몫이다.

 

  잠들어 있는 여인은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연스런 본능과 무의식의 세계 속에 머문다. 그 세계 속으로 꽃을 들고 걸어 들어오고 있는 이 여인은 잠든 여인의 가장 맑은 영혼, 혹은 가장 순수한 여성성의 현현이 아닐까? 발튀스가 이 그림 속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인간이 모든 것을 잊고 잠들어 있는 동안 꿈으로 찾아 오는 아름답고 고귀한 그 무엇에 대해 그린 것은 분명하다고 믿어진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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