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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3 웰컴
04/23/18  

3. 웰컴 (Welcome)

 

출구에 나란히 서서 승객들을 배웅하는 에어뉴질랜드 승무원들의 미소가 정다웠다고마웠다는 인사를 건네고 비행기에서 내렸다공기가 차가웠다먼저 내린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짐을 찾고 입국 수속을 해야 한다부지런히 걸었다.

 

히드로공항도 여느 공항이나 다름없이 평범하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 앞에 대형 벽화가 나타났다.  중세기 복장 비슷한 빨간 유니폼을 입고 화려한 모자를 쓴 아저씨다두 팔을 활짝 펴고 웰컴이라며 미소 짓고 있다지나가면서 보니 그 사람의 이름과 함께 런던타워 비프이터(Tower of London, Beefeater)’ 라고 써 있었다사진 모델이 실제 인물인가보다.

 

비프이터는 런던타워에서 일하는 의장대원이다역사적으로는 런던타워에 갇힌 죄수들을 감독하고또한 런던타워에 있는 왕관을 보호하는 책임을 맡았다고 한다전통적으로 왕실에 속한 경호원이었기 때문에 왕의 식탁에 올려지는 소고기를 마음껏 먹었다고 해서 이름이 소고기 먹는 사람이라고 전해진다현재 단 37명의 비프이터가 있는데 비프이터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22년 이상의 군 복무 경력이 있어야하고 복무 중에 장기 근속 및 선행’ 메달을 받아야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명예로운 직업이다.

 

영국인 전통의 명예와 품위를 대표하는 듯한 비프이터 아저씨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코너를 돌았다길게 콘베이어가 뻗어 있었다빨리 걷느라고 힘들던 참에 어깨에 매고 있던 백팩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가기로 했다숨을 돌리고 주위를 돌아보며 2003년에 나왔던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으로 돌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도착한다그 사람들이 출구로 쏟아져 나오면서 크리스마스캐럴이 흐르는 가운데 가족과 친구들이 기쁨으로 서로를 맞이하는 장면이 영화의 시작이다그 공항이 바로 히드로공항이다나도 그 유명한 히드로공항 가족 상봉 장면을 연출하게 되었다.

 

전면에 크게 영국 국경이라고 써 있는 입국 수속장 앞에는 그야말로 수백 명의 승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EU전자여권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가는 줄이 있었는데 그 쪽으로는 몇 명 들어가지 않고 대부분 일반 줄에 서 있었다밤 새워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지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공항 직원들이 최대한 신속하게 수속을 도우는 것 같았지만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최근에 연달아 일어나는 유럽 테러에 대한 우려로 입국 수속이 까다로워졌을 것이다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돌아보았다이렇게 평범한 사람들 중 누군가가 순식간에 테러범으로 돌변할 수 있다니 그것을 어떻게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참 난감한 이슈이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입국 심사원은 흰 색 터번을 쓴 인도계 사람이었다근사하게 콧수염을 기르고 구리빛 피부에 까만 눈동자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방문 목적이 무엇입니까?”  “딸이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딸을 보러 왔습니다.” “얼마나 오래 체류하실 예정인가요?” “ 2주 정도요.” 심사원은 예리한 눈빛으로 다시 한 번 나를 살펴보더니 쾅 스탬프를 찍고 여권을 돌려 주었다. “환영합니다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수화물로 보냈던 큰 가방은 금새 나왔다작은 가방을 그 위에 얹어 굴리면서 출구를 향해 걸었다.발걸음은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러브 액츄얼리처럼 크리스마스 캐럴은 들리지 않았지만 마음 속에는 그보다 더 경쾌하고 정다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사랑하는 딸을 만나러 달려가는 내 심장의 고동소리이다흰 색 유리문이 확 열렸다길게 늘어선 사람들 맨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이 한눈에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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