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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8.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08/13/18  

우리는 8시 30분 입장에 늦지 않으려 두오모 광장을 향해 최대한 빨리 걸어갔다.  현지에 와서 티켓을 사려면 줄 서다가 시간 다 보낸다는 말을 들어서 오기  전에 미국에서 온라인 예매를 했다. 두오모 쿠폴라와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는 티켓을 함께 사면 두오모에 딸린 두오모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과 미켈란젤로의 데이빗 상이 있는 미술관 아카데미아(Academia)에 들어가는 티켓을 할인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에 통합 티켓을 구매했다. 이메일로 받았으니 현지에서는  핸드폰으로 티켓을 보여주기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반드시 티켓을 프린트해서 가져 와야 한다고 깨알같은 글씨로 명시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프린트 해 온 티켓을 단단히 챙겨 넣고 달리듯이 걷다가 우리는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두오모의 장엄한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 중의 하나인 그 대성당이 왜 ‘꽃의 성모 마리아’ 라고 불리는지를 우리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르네상스 바실리카 양식으로 설계된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성당은 에메랄드 초록색과 진주빛 핑크, 그리고 하얀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청명한 아침 햇살 아래 빛나고 있었다. 대성당은 전체 면적이 89,340 스퀘어피트에 달하고 길이는 153 미터, 넓이는 90 미터, 그리고 높이는 114.5 미터에 달한다.  그렇게 거대한 건축물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거의 마술적으로 느껴졌다.

 

두오모는 1296년에 착공 되었다가 1436년에 필립포 브루넬레스키가 돔을 지어 올리면서 완공되었다. 대성당 바실리카 자체가 이미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는데, 브루넬레스키가 천재적인 공학으로 벽돌을 쌓아 올려 지어 올린 돔은 현대 건축 공법이 개발될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이었고 현재까지도 벽돌로 쌓아 올린 돔으로는 가장 거대한 돔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이제 그 돔의 꼭대기 쿠폴라에 올라가 114.5 미터 높이에서 피렌체 전체를 내려다 볼 것이다.

 

두오모 광장의 한가운데 서서 대성당을 올려다 보다가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대성당 옆으로 나있는 쿠폴라 입구로 달려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티켓을 가지고 오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맨 앞으로 갔다. 줄 선 사람들이 갑자기 쏘아 보길래 예매 티켓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더니 자기들도 가져 왔다고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티켓을 눈 앞에 흔들어 보였다. 우리는 ‘아,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웃어 보였는데 괜찮다고 마주 웃어줄 줄 알았더니 더 험악하게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아마 우리를 매너 없는 새치기 모녀로 본 것 같았다. 우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맨 뒤로 가서 줄을 섰다.

 

8시 30분이 되니 드디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성당 입구는 따로 있고 쿠폴라는 북쪽으로 난 조그만 입구로 들어 가는데 티켓을 스캔하면 문이 열린다. 들어가면서 바로 위를 올려다보니  바사리의 프레스코 천장 벽화 ‘마지막 심판’ 이 보였다. 컴컴한 내부로 들어서면 바로 돌계단이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대성당 옆면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463개의 계단을 걸어서 꼭대기까지 오르는 것이다. 어두컴컴한 돌계단에는 조명이 되어 있었으나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만한 계단은 어둡고 음산했다. 대성당을 지을 당시 이 계단은 오로지 관리인만이 오르내리는 통로로 설계되었다. 그래서인지 겨우 한 사람이 올라갈 만한 넓이였고 혹시라도 위에서 사람이 내려오면 바짝 비켜서야 서로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관절염이 있는 무릎을 가지고 어떻게 463개의 계단을 오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올라 가다 무릎이 너무 아프면 포기하고 중간에 내려오지 뭐’ 하는 배짱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엔 나선형으로 벽을 감싸며 빙빙 돌다가 중간에서 직각 계단으로 변하고 다시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며 가파르게 올라가는 계단을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무릎이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멈추지도 못하고 계속 올라가야 하니 숨이 턱 끝에 차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숨이 차니까 가슴이 터질 듯하고 옆구리까지 결렸다.  그래도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씩씩하게 계속 올라가고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금새 얼굴이 노래지면서 헉헉거리고 비지땀을 흘렸다. 나는 뒤쳐지지 않고 열심히 올라가느라 무릎 아픈 것은 다 잊어 버리고 위만 올려다 보면서 악착같이 따라갔다. R은 토끼같이 깡총깡총 올라가면서 ‘엄마, 너무 잘한다. 대단해!’ 하고  계속 불쌍한 엄마를 격려했다.

두오모 쿠폴라로 올라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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