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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상곡: 파랑과 황금 – 구 배터씨 다리(Nocturne:  Blue and Gold – Old Battersea Bridge  c. 1872
08/13/18  

제임스 애버트 맥닐 휘슬러 (James Abbott McNeil Whistler 1834 – 1903)

(캔버스에 유채 68.3 cm x  51.2 cm런던 테이트 미술관)

 

제임스 애버트 맥닐 휘슬러는 19세기 미국 화가로 생애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내며 그림을 그렸다.  런던에서 자신의 미술 이론을 펼쳤고, 당대의 유명 화가들, 작가들과 어울리며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던 중요한 화가이다. 그런데 자신의 굳은 신념과는 달리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이해를 받지 못해 마음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 이유는 휘슬러가 눈에 보이는 대상을 실물에 가깝게 재현하고 그림에서부터 감정이나 도덕적 교훈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미술적 역량으로 평가하던 시대로부터 많이 앞서 간 화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미술을 위한 미술’ 을 신조로 삼고,  대상을 재현해 보이기 보다 그 대상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분위기나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에 그 소재와 상관없이 ‘화음’이나 ‘야상곡’ 같은 음악적 제목을 즐겨 붙이곤 했다.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실제로 보았는데 그림 속 풍경이 정말 런던 템즈강의 야경이 자아내는 느낌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었다. 안개 속에 잠긴 강물 위에 다리가 보이고 강물과 똑같은 색채로 그려진 밤하늘 위에는 불꽃 놀이가 한창이다. 청회색 하늘에 불꽃 하나가 터져 황금빛으로 쏟아져 내리는 중에 또 하나가 하늘 위로 쏜살같이 날아 올라가고 있다. 다리 밑에는 고개를 숙인 한 사람이 배 위에서 노를 젓는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19세기에 그려졌던 이 아련한 그림은 법정에 증거로 제출되어 유명해지기도 했다. 당시 휘슬러가 한 전시회에 그림을 내었는데 당대의 최고 비평가 존 러스킨 (John Ruskin)이 마치 ‘그림 물감을 통째로 관객의 얼굴에 집어 던진 것 같다. 이런 엉터리 그림을 가지고 어떻게 그런 비싼 값을 부를 수 있는가’ 라며 혹평을 퍼 부어 휘슬러가 명예 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휘슬러는 법정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적극적으로 설명했고,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그림이 증거물 중의 하나로 제출되었다고 한다. 열띤 공방 끝에 판사와 배심원들은 휘슬러의 손을 들어 주었으나 배상금으로 ‘동전 하나’만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피고 러스킨의 손도 같이 들어 주었다.

 

테이트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보고 그날 밤 안개가 내린 템즈 강변을 걸었다. 불꽃놀이는 없었지만 여름 밤의 청회색 하늘 밑에 강물에서 올라오는 것만 같은 안개에 젖어 마치 휘슬러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은 몽환적인 시간이었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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