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희망 안에서 새해를 시작합시다(루카 2, 16-21)
12/26/21  

새해를 맞이하여 하느님의 평화와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올 한 해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새해 첫날과 같은 새로운 시작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곧 변화가 없는 고정된 상태만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는 지루하고 숨이 막혀서 견디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삶에 대한 열정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새로움에 대한 열정이 바로 희망입니다. 로마시대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ius)는 “인간 영혼은 새로움을 향해 기운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살아갑니다. 동물은 새로운 환경보다 이미 살던 익숙한 환경을 더 좋아하고, 환경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갈구하는 에너지, 곧 새로움에 대한 열정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 열정이 바로 희망이고, 이 희망 때문에 인간다움을 지키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시간의 주인이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이야 말로 창조와 새로움의 기원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새해 첫날에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일이야 말로 바로 하느님을 닮아가는 일이 되는 것이며, 바로 그리스도인의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겪는 많은 시련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우리의 미래가 새롭게 거듭나게 되리라는 복된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런 면에서 복된 희망을 지니신 분이 바로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한 분명한 희망이 있었기에 당신 아들에 대한 모든 일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고 사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모 마리아는 분명 인내를 통한 희망의 징표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십니다. 성모님처럼 복된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는 고난과 시련을 당해도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실 앞날을 믿고 살아가기에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새해 첫날에 갖는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우리를 하느님 은혜와 축복 속에 머물게 하며 우리 자신의 삶을 건전하게 지켜줄 것입니다. 또한 부질없는 욕심 앞에서 허둥대지 않으며, 언제나 스스로 자신에게 정직하며 겸손의 길을 걸어가게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대한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한 해를 살아갑시다. 희망과 믿음이 사라지면 바로 두려움과 절망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는 고통스러운 짐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두려움은 그 자체로 희망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인 것이고, 그것은 악(惡)에서 나온 절망인 것입니다. 절망은 더 이상 바라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한자어로 절망(絶望)은 바라보기(望)를 끊는 것(絶)을 가리킵니다. 바라봄을 끊는 것, 곧 더 이상 바라보지 않는 것이 바로 절망입니다. 하느님을 바라보지 않고 거룩한 희망에 대해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절망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당신 삶에서 겪어야 하는 온갖 장애와 고난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거나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하느님의 손길에 의해 모든 것을 맡기신 분이십니다. 성모님께서 보여 주신 하느님에 대한 그 거룩한 믿음과 희망이 있었기에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천주의 모친)’이라는 거룩한 이름을 가게 된 것입니다.

 

새해 첫 날 성모 마리아께서 가지셨던 거룩한 희망 안에서 올 한해도 새롭게 출발합시다. 올 한해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시련이 예상되지만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깊이 새기면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신 성모님의 복된 희망 안에서 새해를 잘 살아가도록 합시다.

 

최경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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