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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연 (The Anatomy Lesson of Dr. Nicolaes Tulp c. 1632)
08/20/18  

렘브란트 (Rembrandt  1606 – 1669)

(캔버스에 유채 169.5 cm x  216.5 cm 네델란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26세의 젊은 나이에 주문을 받아 그리게 된 그룹 초상화이다. 당시 암스테르담 ‘외과의 길드’에서는 일 년에 한 번 해부학 강연을 공개 진행하고, 그 강연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보관 및 전시를 했는데 유명한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연을 렘브란트가 그림으로 기록하게 된 것이다.

 

계몽주의 시대이던 17세기 유럽에서 사람들은 암흑에서 빠져 나와 깨달음과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의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날로 발전하는 의학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교육하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암스테르담에서 이 해부학 강연이 진행되었는데 현대적 개념의 해부학 강연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행사였다고  한다.

 

일 년에 한 번, 겨울에 (사체가 부패하면서 나는 악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열린 이 공개 해부학 강의는 넓은 강의실에서 입장료를 받고 진행되었는데 주로 범죄를 저질러 형이 집행된 사형수의 사체가 사용되었다. 이 그림에 나오는 사체는 무장 강도죄로 사형을 받은 아리스 킨트라는 인물이었다고 분명히 신원이 기록되어 있다. 사체뿐만이 아니라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실제 인물로 그림 중앙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들고 있는 종이에 그 이름들이 다 적혀 있다.

 

그뿐만 아니다. 사체에 가까이 그려져 있을수록 등장 인물들은 초상화 값을  더 많이 내야 했는데 그림 중앙에 서서 사체에 집게를 들이대고 있는 닥터 튈프는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은 돈을 내야 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왕립 미술관 마우리츠하위스에서 이 그림을 실제로 봤을 때 마치 내가 그 강의실에서 사체 앞에 서서 이 해부학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보다가 또 언뜻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이 그림이 해부학 강의에 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등장 인물 중에 누구 하나 사체를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 엉뚱한 방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며, 의사들이 앞치마나 가운을 입지도  않고 마치 연회에 참석하려는 것처럼 다들 멋지게 차려 입고 있는 것도 이상했다. 창백한 피부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체는 이 해부학 강연의 주인공이건만 죽어서도 철저히 소외되고 있었다.

 

그때까지 초상화를 몇 점 그려 보지도 못 했었다고 알려진 26세의 렘브란트는 탄탄한 구도와 구성으로 이 그룹 초상화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천재 화가의 시선은 죽은 아리스 킨트도 소외시키지 않고 그의 육체를 환하게 비추는 빛 속에 정물처럼 그려 넣어 영원한  시간 속에 남겨  주었다. 과학적 기록이었던 이 초상화는 네델란드 사람들의 실용적인 정신과 렘브란트의 예술성이 어우러진 참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던  그림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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